헤지펀드 수익률 떨어지자 … 월가 '행동주의'로 돌아섰다
침체·고금리 압박 돌파하려
기업경영에 직접 간섭 늘어
팬데믹 기간보다 45% 증가
스타벅스 등 우량기업도 대상
유럽·아시아 시장까지 확대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기업 공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한 기업의 이사를 교체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나 효율적인 자본 집행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압박 속에 큰손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 라자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252곳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규모다.
라자드에 따르면 2019년 209건이었던 행동주의 펀드의 모기업 공격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173건까지 줄어든 뒤 2022년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인 확장주의 재정정책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어나지 않았던 분쟁이 2022년부터 주가 하락과 함께 다시 발생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간 분쟁이 252건에 이르면서 팬데믹 때보다 45% 가까이 증가했다.
FT는 월트디즈니·세일즈포스·스타벅스 등 대형 우량 기업도 목표물이 되는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는 성역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펀드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일도 있었다.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 펀드가 지난해 공격을 받아 주가가 폭락한 게 그 예다.
그간 북미에 집중됐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사로 저변을 넓히기도 했다. FT는 유럽에서 인수·합병 공격 등 69건이 발생했고 아태 지역에서도 헤지펀드 주도로 44건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리치 토머스 라자드 자본시장자문그룹 상무는 "행동주의가 현재 지역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아태, 유럽 지역에서 전 세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대개 공격 대상 기업 주식을 매입한 뒤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초기에는 공개서한을 통해 기업과 경영진을 공격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밀실에서 협상을 통해 목표를 이룬다.
FT는 행동주의 펀드는 요구 사항을 비밀리에 전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빈번하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트라이언파트너스가 이사 자리 2개를 요구하며 대리인 싸움을 시작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공동창업자 넬슨 펠츠를 내세웠고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밥 아이거가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팬데믹 시절 대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던 디즈니는 소수 주주 공격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정책을 발표하고 수익성도 시장 기대 대비 상향 조정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지난해 초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주가가 20% 가까이 오르자 공격 강도를 줄였다.
디즈니뿐만 아니라 세일즈포스와 스타벅스도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노출됐다. 소수 주주들은 기업 이익이나 기업가치 대비 주가 흐름이 나쁘다는 점을 내세워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외 경영전략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중국 사업 확대와 미국 내 중부·남부지역에 대한 지점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FT는 지난해 악화된 주식시장 탓에 헤지펀드들의 행동주의적 공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자드에 따르면 일반 투자만 하던 펀드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행동주의적 공격을 한 것이 분쟁 건수의 40%를 차지한다. 이들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이 즉각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일주일 만에 합의에 이른 사례도 전체의 37%에 달한다고 전했다.
주주권 행사 컨설팅사인 오카피파트너스의 브루스 골드파브는 "과거에는 충분한 주식 확보와 주주관리의 어려움으로 작은 회사들이 행동주의 공격의 주요 대상이었으며 대형 기업에 대한 공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도 "최근에는 이런 영향을 미치기 위한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종종 아무런 단체활동을 하지 않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펀드를 발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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