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 증가 방치하면 달러패권 흔들릴 것"

김흥록 기자 2024. 1. 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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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폐막
美, 달러특권 때문에 국채 발행 가능
"재정과 부채규모 관리 서둘러야"경고
지정학 위기·가상자산이 달러지위 변수
올해 최대 경제 위험은 '정치 리스크'
빈센조 쿼드리니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서울경제]

미국 정부가 급격하게 부채를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달러의 특수한 지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지금처럼 부채를 늘리면 달러의 우월적 지위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재정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경제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2024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 제이슨 최 토론토대 교수는 “현재 미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부채는 120%로, 이 가운데 최대 30%포인트는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라는 미국 달러의 우월한 지위 때문에 조달할 수 있었던 빚”이라며 “만약 미국 달러에 이런 위상이 없었다면 해외에서 미국 국채에 지금보다 덜 투자했을 것이고 미국 정부도 부채를 늘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연구한 ‘과도한 (달러) 특권과 미국 부채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제학자는 이 같은 분석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달러의 특권에 기대어 재정을 늘리는데, 재정을 늘리다 보면 미국이 지급 불능(디폴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달러의 지위가 위축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아무리 달러의 위상이 높다 하더라도 국채 발행량을 무한히 늘리지는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 교수는 전날 “미국이 부유한 것은 자본주의에 필요한 제도적 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재정을 잘 관리해야 지속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며 부채 관리를 촉구했다.

빈센조 쿼드리니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별도의 발표에서 장기적으로 달러의 지위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지정학적 불안을 꼽았다. 그는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미경제학회는 3일 차인 이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학계에서는 “미국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같이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미경제학회 현장을 찾은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의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큰 원인이었는데 물가를 통화정책으로만 해결하려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면서 “학계에서 미국 경제의 패착이 무엇이었느냐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고 총평했다.

이윤석 시러큐스대 교수와 한미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는 앞으로 미국 경제의 변수와 관련해 “미국 사회가 워낙 분열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폴리티컬 리스크보다 더 큰 경제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충돌하는 가운데 과격한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와 도미닉 살바토레 포덤대 교수 등이 이번 학회 기간 동안 대선 후보들의 친노조 행보와 보호무역주의 등이 몰고 올 여파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학회에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 없이는 물가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들의 기존 시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하인스 교수는 “우리는 애초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한 것에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학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향후 전망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고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2%)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했다. 에미 나카무라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전환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측에 겸손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월가 전문가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에 대체로 동조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 금리도 더 낮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3∼4%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사진(샌안토니오)=김흥록·윤홍우 특파원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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