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이홀딩스 지분 출연도 거론···은행 外 채권단 동의가 관건
에코비트·블루원 신속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추진
채권단 'SBS 지분 30%'도 요구하지만 모두 내놓진 않을듯
11일 협의회서 41% 의결권 쥔 보험·증권 등 설득이 과제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약속한 계열사 매각 대금을 지각 납부했다. 금융 당국이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7일에도 기존 자구 계획을 이행할지를 두고 채권단과 기싸움을 벌였는데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채권단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자 다급히 백기 투항한 모양새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자칫 태영건설의 위기가 지주사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채권단에 호소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으라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8일 태영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 원을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1549억 원)이 지원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결국 이를 수용한 것이다. 태영그룹은 당초 약속과 달리 매각 자금 중 890억 원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썼다.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 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 지분 매각 대금 일부(300억 원)와 티와이홀딩스 회삿돈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으로 받은 몫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는데 새로 포함됐다.
태영그룹은 기존에 제출한 다른 자구안도 모두 이행하겠다고 채권단에 전했다.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 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태영그룹은 “나머지 세 가지 자구 계획도 이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영그룹은 이에 더해 추가 자구안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채권단은 사주 일가가 보유한 SBS 지분 30%를 담보로 받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그룹도 추가 자구안에 이를 포함시킬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초기만 해도 ‘SBS 지분만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당국과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에 태도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지분 30%를 모두 내놓기는 꺼려하고 있다. 이날 윤재연 대표에게 SBS 지분을 담보로 주고 돈을 빌려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 역시 총수 일가가 SBS 지분을 끝까지 보유해 주요 주주로서의 위치에서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아울러 사주 일가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출연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약 33.7%다. 채권단 내에서는 지분을 담보로 받되 사주 일가의 경영권은 보장해주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했다.
태영그룹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티와이홀딩스가 연대보증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규모는 27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논의에 밝은 한 인사는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티와이홀딩스만 지키겠다고 하다가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채권자들은 연대보증 책임을 티와이홀딩스에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물밑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유화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내에서는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 먼저 이행되면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을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영 측에서 약속을 이행할 경우 채권단 역시 태영그룹이 우려하는 티와이홀딩스 부도 위기를 덜어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티와이홀딩스의 보증은 유예를 해주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채권단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자구안이 마련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여부는 11일 채권단 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워크아웃이 성사되려면 자구책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주요 은행이 채권단 협의회에서 갖는 의결권 비중이 적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해 은행권이 채권단 협의회에서 갖는 의결권은 전체의 33.44%에 그친다. 모든 은행의 동의를 받더라도 나머지 41.56%의 의결권을 쥔 채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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