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문제"...이재명 서울 이송에 싸늘한 부산, 총선 영향은?
부산 지역 일정 도중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서울 긴급 이송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공들여온 부산·경남(PK)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의 민심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총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 정청래·천준호 민주당 의원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흉기 습격을 받은 이 대표가 인근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수술한 것이 명백한 '수술 새치기'이자 의료진에 대한 갑질과 특혜 요구란 주장이다.
같은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 교수가 브리핑 도중 "이 대표 수술에는 경험이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언급한 부분이 부산대병원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부산·경남 민심을 의식한듯 이 같은 논란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부산광역시의사회가 지난 4일 비판 성명을 내면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5일 민주당 당대표실 측에서 잇따라 '이송은 가족 요청에 따라 이뤄졌고 헬기 사용은 의료진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뒤 공식적으로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부산이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긴 해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총 18석 중 5석을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하기도 했고 지역을 부산·경남(PK)로 넓혀보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생가(김해)와 사저(양산)가 각각 있는 지역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당 내부적으로는 올해 총선 때 부산에서 과반 의석수를 확보하자는 야심찬 목표도 나올 만큼 당 지도부도 이 지역에 공을 많이 들여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지 약 3주 만에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찾았다 변을 당했다.
한편 여당은 이번 논란을 텃밭 굳히기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10~11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16명에 윤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율은 전주 대비 1.7%포인트(p) 오른 4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이 대표 이송 논란이) 부산 민심에 확실히 영향이 있다. 부산을 우습게 보느냐, 이런 것 아니겠느냐"며 "총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지방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이 다치니 서울로 가는 데 대해 우려가 많이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한 가지 문제로 부산 민심이 왔다 갔다 하진 않는다"며 "지난 20여년 간 부산에서 (젊은) 인구가 계속 유출됐는데 이에 대해 여당, 야당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부산 주민들의 자존심 문제이자 생명과 자기이익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광주에서도 의사회 성명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번 사안은 올해 총선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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