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물러선 태영 … 산은과 추가 자구안 협의 급물살
태영, 약속된 건설지원 이행
9일 사재출연 가능성도 거론
차녀 돈 차입한 티와이홀딩스
SBS주식 담보 제공은 논란
이복현, 9일 금융지주 7곳과
태영사태 등 시장 안정 논의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이 한고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강력한 추가 자구안과 약속 이행 요구에 버티기를 이어오던 태영그룹 측이 8일 자세를 전환해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도 이 같은 자세 변화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여서 이르면 9일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가 열리는 가운데 8~9일을 넘기면 물리적으로 금융당국이 채권단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 워크아웃 대신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모든 채권이 조정 대상에 포함돼 협력사나 수분양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태영이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는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기업회생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날 태영에서 △추가 자구안 협상 △ 채권단이 요구했던 '890억원' 완납 등 입장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태영은 채권단이 워크아웃 수용 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해온 추가 자구안에 대해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과 오너 측은 추가 자구안으로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오너의 사재 출연 등도 거론되는데 이르면 9일께 추가 자구안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9일 오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한국투자, 메리츠 등 7개 금융지주 관계자와 KDB산업은행 회장, IBK기업은행장과 간담회를 하고 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약속 이행(890억원 완납)'에 태영 측이 응한 것도 상황 변화를 이끌었다. 태영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계열사 티와이홀딩스 매각대금 2062억원 중 윤재연 블루원 대표(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차녀) 몫인 513억원을 제외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태영건설로 실제 이전한 자금은 659억원뿐이고 나머지 890억원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보증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에서는 약속대로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넣으라며 압박을 가했고 버티던 태영이 이를 이날 완납했다. 태영은 지난 3일 발표했던 기존 자구안인 △블루원 담보 제공·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등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금융당국 등에서 분위기가 바뀐 것도 읽힌다. 주말까지 '태영 측이 강력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아닌 기업회생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상황이었지만 8일에는 협상해볼 만하다는 모습이다.
이날 아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비상거시경제 점검회의(F4 회의) 후 정부는 자료를 통해 태영 측에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면서도 채권단에는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되면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해 이전의 강경한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워크아웃 대신 기업회생으로 가면 모든 채권이 조정 대상이 되는 만큼 협력사 1075곳(구매처 494곳 포함)과 수분양자가 피해를 입고, 이는 건설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BS를 보유하고 있는 태영 입장에서도 기업회생으로 가면 도덕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부실한 태영건설사만 '꼬리 자르기'를 하고 방송사를 살린다는 비판을 받게 되면 더 큰 후폭풍이 올 수 있다고 금융당국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 측은 이날 티와이홀딩스는 계열사 블루원에서 100억원을, 윤재연 대표에게서 330억원을 차입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이날 완납한 '890억원'을 조달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태영 측은 나머지 460억원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또 티와이홀딩스가 윤재연 대표에게 돈을 빌리며 SBS 주식 117만2000주(지분율 6.3%)를 담보로 제공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윤재연 대표 입장에서는 설령 티와이홀딩스가 자금을 상환을 하지 못해도 SBS 주식을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루원에서 차입한 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로 이동시킨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이날 태영건설은 공시를 통해 "티와이홀딩스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보다 416억원 늘렸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난 5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티와이홀딩스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한 금액과 동일하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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