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떨어진 韓생산성 … 이대로 가면 마이너스 성장 불보듯"
2010년대부터 생산성 증가율
둔화 지속돼 0.7% 수준으로
기업 신규진입 쉽게 만들고
좀비 기업 지원말고 퇴출을
美대선 불확실성 증폭되지만
첨단산업 中견제만큼은 확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방치땐
성장과 분배 이중고에 빠져
"2010년부터 하락한 생산성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주요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열악하므로 고용·주거 불안과 경쟁 압력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원장)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기간인 7일(현지시간) 매일경제신문은 한미경제학회(KAEA)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과 대외경제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열린 정책포럼에서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동철 KDI 원장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경제 성숙화, 고령화, 비효율 누적에 의해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 경제는 2010년대부터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1% 미만, 약 0.7%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이 생산성을 1% 이상으로 반전시키지 못하면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투입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지표다.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영 혁신, 설비 투자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조 원장은 한국 생산성의 둔화 요인으로 기술력 증대 속도 둔화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를 꼽았다. 그는 "선진 기술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따라잡기'가 한계에 봉착했고 경직적 교육 시스템 때문에 인적자원 개발이 미흡하다"며 "기업의 진입과 퇴출 제한, 경직적 노동시장에 의한 인적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과다한 정책금융에 의한 금융자원 배분의 왜곡 등이 '자원 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으로 2.2%를 제시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1.4% 수준이었다.
조 원장은 "내수가 완만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에 의한 경기 둔화가 완화될 전망"이라며 "올해 소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로 전체 GDP 성장률 2.2%보다 약하고, 수출 GDP 증가율은 3.5%로 전체 GDP 성장률보다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말 물가상승률은 2% 부근까지 안정될 것으로 봤다.
조 원장은 장단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 및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억제책'과 '중소기업 보호책' 같은 기업의 진입 및 퇴출 관련 규제가 과잉돼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양극화를 해결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고, 임금 유연화를 통해 생산성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가능해야 은퇴 연령 연장 등 사회적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이 유연화돼야 청년의 재기 기회 확대, 학벌문화 퇴치, 사교육비 경감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방치하다가는 성장과 분배의 이중고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동인구 감소로 2050년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확률이 68%에 달하고, 고령화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평균 대비 열악하다"며 "양육 불안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늘리고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출산 여건에는 GDP 대비 가족 관련 지출 비중, 육아휴직 이용 기간, 청년층 고용률, 도시인구 집중도, 혼외 출생아 비중, 실질 주택가격 등이 포함된다.
이 원장은 또 "남성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고 노동인력·산업구조·연금·재정의 연착륙을 유도하며 노인 빈곤 완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장희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매일경제신문 고문)은 작년 12월 미국이 20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자국 우선주의로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무역체제가 약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안보 부문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 정보기술(IT), 기후변화, 다자무역질서 회복 등 네 가지 주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총장도 다자무역체제가 깨지면서 IT 분야만큼은 더 이상 비교우위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의 의미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에 대한 견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오히려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과 협력할 기회인 셈이다. 한국은 호주·인도와 함께 주요 10개국(G10)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경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국내 ICT 산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4% 성장한 545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인공지능(AI) 시장 확대가 데이터센터의 꾸준한 증가와 소프트웨어·IT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속화로 이어지면서 세계 IT 시장은 연평균 7.4%(2022~2027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장유순 전 한미경제학회장(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정광수 한미경제학회장(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종화 전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교수) 등 한인 경제학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샌안토니오 기획취재팀=윤원섭 뉴욕 특파원 / 홍장원 뉴욕 특파원 / 박윤예 뉴욕 특파원 /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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