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 산학협력 통해 노화·자연재해 해결 가속화될 것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4. 1.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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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한 양자기술 석학' 볼프강 케테를레 MIT 교수
암호체계 무력화돼 혼란온다?
양자내성암호 개발 큰 진전
인류에 주는 효용이 훨씬 커
한국 연구역량 세계최고 수준
정부·대기업서 기술 투자땐
상용화 단계서 앞서갈 수 있어
양자 분야 노벨상 수상자인 볼프강 케테를레 MIT 교수가 8일 오전 대전 KAIST 학술문화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현재 기술 수준으로 10억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100초 만에 해결하는 컴퓨터, 무수한 원자의 결합 패턴을 계산해 신소재와 신약을 단시간에 개발하는 프로그램, 변화무쌍한 기후와 환경 변화를 관측해 태풍·지진·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시스템. 양자과학기술이 바꿀 인류 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신기술이 그러하듯 양자과학기술은 그간 인간이 쌓아 온 보안 체계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얼굴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볼프강 케테를레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교수(67)는 8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양자과학기술이 인간의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논쟁은 내게 있어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Mute)'"고 말했다. 또 기술의 부작용보다 인류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8일부터 2주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리는 'KAIST·MIT 양자정보 겨울학교'와 9일 오후 세종시가 주최하는 퀀텀 겨울특강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케테를레 교수가 이같이 주장한 이유는 인류가 이미 기존의 정보 시스템을 양자과학기술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로도 풀어내는 데 수십억 년이 걸리는 복잡한 암호화 방식인 '양자내성암호(Post Quantum Cryptography·PQC)' 이야기다. PQC는 이미 세계 각국과 주요 기관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금융, 국방 등 안보가 중요한 분야에는 더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케테를레 교수는 "10년, 20년가량 오래전에 사용했던 암호화 방식은 양자컴퓨터로 해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요즘은 양자컴퓨터로도 못 푸는 방식으로 중요 자료들이 암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데이터 보안에 양자과학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훨씬 크다고 봤다. 양자 '얽힘' 현상을 활용하면 통신 보안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케테를레 교수는 "누군가 정보를 중간에 가로채려고 하면 양자 얽힘 현상의 특성상 정보를 파괴하게 된다"며 "양자컴퓨터를 논할 때 기존 컴퓨터와 다르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듯이 양자컴퓨터 역시 인간에게 부작용을 뛰어넘는 효용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케테를레 교수에 따르면 양자과학기술 연구에서는 다양한 '돌파구'적 발견들이 이뤄지고 있다. 양자 상태를 찾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관측기법(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상용화 단계까지는 와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면 연구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계와의 협업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도 했다. 케테를레 교수는 "한국의 양자과학기술 연구 역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많은 한국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면서 훌륭한 결과들을 내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이 양자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케테를레 교수는 산학협력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는 그 기술이 실제로 적용됐을 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 생활을 하면서 어떤 문제의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찾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현대 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레이저 기술은 1960년대에 발견됐지만 이후 60여 년간 적용처를 찾지 못했다. 지금에야 인간이 마주하는 많은 문제를 레이저가 해결하고 있다.

케테를레 교수는 양자과학기술 역시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 연구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인간이 겪고 있는 노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문제의 해결책으로 양자기술이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케테를레 교수는 2001년 '극저온 기체상태 물질에 관한 연구'로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 덕분에 후대 과학자들은 복잡한 자연계 현상을 단순하게 모델화해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노벨상을 받고 난 이후에도 케테를레 교수는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매년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는 '마라톤 애호가'다.

[대전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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