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200만명 신용사면"···이달중 재건축 규제해소도 예고
2000만원 이하 대출 차주가 대상
당정협의 과정서 더 늘어날 수도
DJ·朴·文정부때도 연체기록 삭제
주택·中企·교통 등 토론회도 예정
3월초까지 매주 민생정책 나올듯
당정이 코로나19로 생업에 지장을 겪어 불가피하게 대출을 연체했던 자영업자들의 연체 기록 삭제에 나선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새해 정책 모토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를 천명한 후 단행되는 첫 실행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주택 부문 민생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과 토론회를 열 예정이어서 이르면 이달 중 당정이 신도시 노후화에 대한 대응을 가로막는 주택 재건축 규제 해소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당정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 및 취약 계층에 대한 신용 사면 정책을 9일 발표한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여파로 (매출 부진, 소득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어) 불가피하게 대출금 상환을 연체한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 국민 중에서 연체 금액 상환을 마친 분들에 대해 해당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르면 2월 설날 전에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1년 8월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5개월간 1·2금융권에서 ‘2000만 원 이하’ 금액을 대출받은 차주를 이번 신용 사면의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용 사면 기준 대출 금액이나 적용 기간 등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정부 추산 기준 2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안은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에 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빠른 해법을 단행하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일 용인 소재 중소기업 인력개발원에서 첫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며 국민들로부터 민생 문제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 참석자 중에는 평택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도 있었는데 그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대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후 상환을 완료해도 연체 기록이 남아 은행 대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윤 대통령과 주요 당국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1·2 금융권에서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정보원이 최장 1년간 연체 기록을 보존한다. 또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CB)에 내용이 공유된다. CB사는 신용평가 시 연체 기록을 최장 5년간 다각도로 활용한다. 연체 이력자는 상환을 완료했더라도 대출금리가 뛰고 한도는 줄어드는 피해를 받아왔다.
이번 신용 사면 정책이 형법적 의미의 사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형편이 어려워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서민 등에게 찍어놓은 ‘채무불이행 낙인’을 지워준다는 은유적 의미의 사면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미 이달 5일 “코로나19와 현재의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는 정말 정직하게 일한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사례도 있어 (신용 사면) 관련 대책을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아 바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용 대사면이 진행될 경우 이번이 네 번째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12월 송년 담화로 ‘밀레니엄 사면’을 실시, 후속 조치로 신용불량 정보 기록을 삭제한 것이 최초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감면하고 10만 명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피해로 연체를 겪은 250만 명의 연체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대통령실에 포진한 민생 정책 핫라인이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관섭 비서실장의 적극적인 정책 조율에 성태윤 정책실장, 재정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춘섭 경제수석,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이 함께 손발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윤 대통령이 진행할 민생 대토론회에서 추가로 어떤 대책들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대통령실은 주택, 일자리, 중소기업, 국민 안전, 돌봄, 교통, 의료 개혁, 미디어 정책, 저출산, 에너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릴레이식으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사실상 3월 초까지 설 연휴를 제외하면 매주 민생 정책 발표가 이어진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들의 경징계 기록을 없애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경미한 실수를 한 경우에 한해 공무원 사기 진작 차원으로 인사혁신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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