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배우·감독, 골든글로브 품었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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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성난사람들' 3관왕
스티븐 연 남우주연상 이어
이성진 감독 작품상 수상
베트남계 앨리 웡 여우주연상
소재·내용 전반 'K감성' 가득
에미상도 11개 부문 후보로
7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이 3관왕을 차지했다. 왼쪽부터 배우 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 배우 앨리 웡. UPI연합뉴스

한국계 배우와 감독이 신년 벽두부터 미국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묵직한 금빛 트로피 2개를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 주연 배우와 연출자의 국적이 한국계일 뿐 아니라 수상작의 내용과 소재 역시 카카오톡 등 'K' 감성이 가득해 한국적 요소가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돋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7일(현지시간)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불평이란 뜻)'의 주연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TV 미니시리즈 남우주연상을,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은 TV 미니시리즈 작품상을 수상했다. 스티븐 연의 상대로 출연했던 베트남·중국계 미국인 배우 앨리 웡은 같은 분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성난 사람들'은 최종 3관왕을 차지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1944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출범시킨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배우가 영화·드라마를 불문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2022년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도 넘지 못했던 벽이었다.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받아냈지만 '남우조연상'이었다.

호명 직후 연단에 오른 스티븐 연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스티븐 연은 "평소 내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독과 고립에 대한 것인데, 이곳에서 이런 순간을 맞으니 모든 사람이 떠오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3년생으로 스티븐 연은 5세 무렵 건축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 디트로이트로 이민을 갔다. 심리학을 전공한 뒤 연기자를 꿈꿨고 2010년 '워킹 데드'에서 글렌 리 역에 캐스팅되며 단숨에 미국 영화 스타로 부상했다.

한국에서 그가 배우로서 얼굴을 또렷하게 각인시킨 계기는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버닝'의 벤 역이었다. 이후 정이삭 감독의 2020년작 '미나리'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 주연이었던 그의 명성도 날개를 달았다. 스티븐 연은 올해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에도 출연한다.

수상작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가 한 SUV 운전자와 충돌할 뻔한 뒤 '손가락 욕설 세례'까지 받고 분노에 사로잡히면서 벌어지는 10부작 시리즈다. 돈 한 푼 없는 가장으로서 책임감과 '핸디맨'(집 안팎의 잔손질을 해주며 먹고사는 직업)으로서 시궁창에 가까운 비참한 대우 속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대니의 모습은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연기해냈다.

이 작품의 각본은 이날 함께 트로피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직접 썼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이 작품은 실제 교통사고 사건에 바탕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운전자'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너스레를 떨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내털리 포트먼 등 최정상 할리우드 스타들이 착석한 장내를 폭소로 물들였다. 이 감독은 "선생님, 앞으로도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질러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또 웃음을 선사했다.

이 감독은 작년 방한했을 당시 "녹색 신호등이 바뀐 걸 보지 못한 내게 뒤에 서 있던 흰색 BMW가 멈추지 않고 경적을 울리며 난폭운전을 시작해 나도 추격전을 벌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이 감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와 영화 시나리오 습작을 병행했다고 전해진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9월 열리는 에미상 시상식에도 11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한편 이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무관에 그쳤다.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비영어권 영화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헤어진 두 남녀가 약 20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송 감독은 1990년대 조폭 코미디 영화의 신기원을 이뤘던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차지했다. '오펜하이머'의 주연 킬리언 머피, 조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나란히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가져갔다. '오펜하이머'의 최종 스코어는 5관왕이다.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는 비영어권 영화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마고 로비 주연,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도 2관왕을 차지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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