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또, 1487억 우습나' 이정후 신인왕 예상 0표라니…'4278억' 야마모토 몰표, 예상 뒤엎을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2024년 신인왕 투표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올겨울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를 뒤흔들 만한 고액 계약을 했는데도 전문가들의 눈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26, LA 다저스)에게 향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8일(한국시간) MLB 파이프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24년 양대리그 신인왕을 예상해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과 스카우트들, 전력분석원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뤄졌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예상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야마모토가 득표율 51%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 밀워키 브루어스 잭슨 추리오(득표율 17%), 3위 신시내티 레즈 노엘비 마르테(9%) 등을 크게 따돌렸다. 야마모토를 제외하고 여러 유망주들이 표를 나눠 받는 경향을 보였는데, 투표 후보군 중에서 야마모토 다음으로 몸값이 높을 이정후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야마모토의 몰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야마모토는 올겨울 투수 FA 최대어로 군림하며 판을 뒤흔들더니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278억원) 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등 선발 보강이 절실한 부자 구단들이 다 뛰어드는 바람에 몸값이 폭등했고, 역대 투수 FA 최고액과 최장 기간 역사를 모두 새로 썼다. 경쟁 과열로 너무 금액이 올랐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선수 기량만큼은 충분히 증명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야마모토는 25살 어린 나이에 일본프로야구(NPB)를 장악한 특급 에이스다. NPB 통산 172경기에 등판해 70승29패, 897이닝, 922탈삼진,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투수 4관왕에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에서는 이미 정점을 찍은 선수였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등 부자 구단이 야마모토 영입전에 참전하면서 과열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3선발 안에 들만한 실력은 분명 갖췄다. 다저스가 투수 FA 최고 대우를 해준 이유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을 장악했던 기량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빅리그 30개 구단 주요 관계자들은 야마모토가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하기 충분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MLB.com은 투표 결과와 관련해 '이 설문조사는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계약에 합의하기 전에 먼저 시작됐다. 관계자들의 답변 시점이 다 달라서 몇몇은 계약 발표 전에, 몇몇은 발표 이후에 답변을 보냈다. 우리는 야마모토 계약 발표 전에 투표한 이들에게 표를 바꿀 기회를 줬고, 많은 이들이 그 권리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3억2500만 달러 몸값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유력 후보인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게 더 큰 변수였다. 행선지가 정해지면서 조금 더 정확한 다음 시즌 성적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다.
MLB.com은 '야마모토는 유망주 자격은 없지만, 2000년 카즈 사사키, 2001년 스즈키 이치로처럼 신인왕을 받을 자격은 있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 유력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바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마모토가 2024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그리 큰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마모토는 복수표를 받은 다른 후보들의 표를 빼앗았다. 득표 2위를 차지한 추리오의 표가 야마모토의 표로 바뀐 경우가 가장 많았다. 추리오 역시 빅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기 전에 밀워키와 8년 8200만 달러(약 1079억원)에 계약해 큰 이슈가 됐다. 몇몇 관계자들은 우완 투수에서 또 다른 우완 투수로 표를 바꾸기도 했다. 야마모토 계약 전에는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폴 스킨스(피츠버그)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설문조사에서는 야마모토를 포함한 유망주 10명이 표를 나눠 가졌는데, 여기에 이정후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좌완 투수 카일 해리슨만 표를 얻었는데, 득표가 많지 않아 '그 외'로 분류됐다.
이정후도 야마모토와 마찬가지로 신인왕 자격은 갖춘 선수고, 그럴 능력도 충분한 선수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미국 언론에 놀라움을 안겼다.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1,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시아 타자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우는 기록이었다. 요시다는 지난 시즌에 앞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약 1185억원)에 계약했다. 아시아 출신 타자 최고 대우로 미국에 왔는데도 한 표도 얻지 못한 건 이정후로선 아쉬울 만한 대목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의 계약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미국 언론은 꾸준히 '오버페이'를 주장하긴 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투타 겸업 스타이자 올겨울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30) 영입전에서 다저스에 무릎을 꿇자 패닉 바이를 했다는 것.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 외에도 꾸준히 대형 FA 영입에 실패하면서 쌓여온 불안 심리를 잘 이용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면서 통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을 기록했다. 국내타자 역대 1위 성적이다. 19살 루키였던 2017년에도 0.324(552타수 179안타)를 쳤던 이정후다. 한국이 타고투저 리그이긴 해도 단 한번도 타율 3할을 밑돈 시즌이 없는 타자다. 중견수로 외야 수비도 준수하다.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넘어갈 때 보통 적응에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후라면 적응 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을 것이란 강한 믿음이 생긴 배경이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이정후가 빅리그에서도 꽤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 시스템)를 활용해 이정후의 예상 성적을 내놨는데, 2024년과 2025년 모두 타율 0.288로 가장 높고, 이후 2026년 0.287, 2027년 0.281, 2028년 0.282, 2029년 0.281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마다 홈런은 8~9개, 타점은 60개 수준으로 바라봤다.
이정후의 커리어에 익숙한 이들이 단순히 ZiPS 예상 수치만 보면 저평가 받은 것 같지만, 타율 0.288면 메이저리그에서는 부문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성적이다.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0.288는 빅리그 전체 14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3할 타자는 9명뿐이기도 했다. 한국보다는 3할타자가 훨씬 귀하다. 이정후가 타격으로 빅리그 상위 15명 안에는 들면서 첫 시즌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팬그래프스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오버페이를 한 게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팬그래프스는 '거액 계약을 한 선수답게 이정후는 스카우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예측 모두 상당히 강력했다. ZiPS 예상 수치는 주전 중견수 중에서도 평균을 뛰어넘는다. 이 정도 수준이면 ZiPS는 6년 1억3200만 달러 계약을 권장할 것'이라며 적정했다고 봤다.
이어 '이정후는 6년 계약에서 4년 뒤 29살일 때 옵트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그가 계약 마지막 2시즌 연봉 1900만 달러보다 더 벌 수 있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잘한다면, 그는 옵트아웃을 신청해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다. ZiPS는 1억1300만 달러 계약에서 4년 뒤 옵트아웃 신청 조항이 포함돼 6년 1억3400만 달러 계약과 가치가 같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30개 구단 관계자들은 이정후가 야마모토는 물론이고, 다른 유망주보다도 빛나는 시즌을 보내리라 예측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정후가 이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올 시즌 막바지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정도로 한 단계 더 성장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예상 투표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 에반 카터가 득표율 36%로 1위에 올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 잭슨 홀리데이가 득표율 30%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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