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사·누리꾼 고소한 서이초 학부모에 "취하해달라" 호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2024 서울교육 주요업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악성 민원 의혹을 받은 학부모가 교사와 누리꾼을 고소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현장의 갈등 회복을 위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고소 사건을 조사 중인 안산 단원서에 보낸 의견서를 올리고 "서이초가 속한 교육감으로서,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서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이초 숨진 교사가 맡았던 학급에서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된 학부모 민원으로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망한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은 학부모 A씨는 이 의혹을 인터넷에 올린 현직 교사 B씨와 누리꾼 등 26명을 경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이번 고소 대상이 된 교사는 '교사가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육감은 "서이초 사건에서 '연필사건'이 부각되면서 연필사건과 연관된 학부모가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되었던 저간의 사정이 그 학부모가 이런 고소를 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학부모의 애로도 이해한다"면서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추락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제고되고 이런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교권 4법'의 제정 등을 통해 서이초 사건이 일단락돼 가는 국면인데 서이초 사건의 상처를 다시 들추어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에 따른 비난, 이에 대한 또다른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 해소 국면에 들어선 갈등을 다시 심화시킬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제한 뒤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고 때로는 손해 보면서까지도 함께 갈 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도 이번 고소 사건은 바람직하지 않고 회복돼 가는 교육공동체의 갈등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육감은 아울러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 서이초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경찰도 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