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신인 지휘자가 아닐까요"...김선욱 "편견 깨고 경기필과 함께 성장할게요"

8일 김선욱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기자간담회
2025년까지 2년간 기획·단원 평가 등 경기필 관장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언제쯤 되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걸까요?"

김선욱(36)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은 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지휘 경력을 언급하는 질문이 거듭되자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피아니스트냐, 지휘자냐를 떠나 음악을 대하는 내 확고한 철학과 의지, 그리고 고집은 변한 적이 없다"며 "이 자리(예술감독)가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성숙한 음악을 향해 긴 호흡으로 달려가는 나 스스로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욱은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경기필을 지휘한다. 김선욱은 2006년 만 18세에 영국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했다. 피아니스트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으면서도 일찌감치 지휘자에 대한 꿈을 여러 차례 밝혀 온 그는 2010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 석사과정에 입학해 3년 과정을 마쳤다. 2021년 KBS교향악단 정기공연을 통해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고 영국 본머스 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등과 호흡을 맞추며 지휘 경력을 쌓았다. 상임지휘자 역할에 더해 정기공연 기획과 단원 선발·평가 등의 권한을 지니는 예술감독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자는 손을 흔드는 게 전부가 아니라 악보에 적힌 음 너머의 의미를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선욱은 "부지휘자 경력은 없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마다 리허설을 보며 간접적으로 (지휘를) 배운 시간이 10년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견에 신경 쓰지 않고 내 한계를 계속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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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 뚜렷한 '살아 있는 음악' 전할 터"

서춘기(왼쪽)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김선욱은 지난해 6월 경기필 정기공연과 서울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으로 경기필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악단과의 교감에 대해 "첫 리허설 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효과를 보여주는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했다"며 "함께 성장하는 뿌듯한 결실이 있을 듯해 설렌다"고 말했다.

협연자 섭외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10월로 예정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연주엔 빈 필하모닉 악장인 라이너 호넥이 객원 악장으로 함께한다. 김선욱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의 경기필 연주 경험이 좋은 평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임기 중 현대음악 소개, 온라인 관람을 위한 공연 영상화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선욱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살아 있는 음악을 관객에게 전하려는 고집이 있고 타협해 본 적도 없다"며 "나와 음악적 지향점이 같은 경기필에서도 살아 있는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