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대한민국 백년대계

2024. 1.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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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 대한민국은 문맹률이 80%가 넘고, 고등교육 이수자는 0.2%밖에 안 되는 국가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는 고등교육의 혁명이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교육혁명이 문맹률이 80%가 넘던 국가의 백년대계였다면,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는 세계 선도국가에 필요한 고등교육의 혁명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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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기술혁명 대응
새로운 고등교육 혁명 절실
석박사 비용 국가가 책임지고
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
전문화·AI 융합 교육제도 필요

광복 직후 대한민국은 문맹률이 80%가 넘고, 고등교육 이수자는 0.2%밖에 안 되는 국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1946년 국민의무교육을 발표했다. 국민의무교육에 따르면 국가는 '강제 교육령을 발하여 학령에 참여한 남녀 아이는 학교에 안 가지 못하게 할 것이며 교육 경비는 정부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돼 있다. 당시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상징하듯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대였고, 교과서를 찍을 돈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무교육은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국민의무교육을 백년대계의 교육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024년 대한민국은 다시 백년대계의 교육혁명이 절실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는 고등교육의 혁명이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교육혁명이 문맹률이 80%가 넘던 국가의 백년대계였다면,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는 세계 선도국가에 필요한 고등교육의 혁명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사회적·경제적 대전환의 시대다. AI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기술혁명은 사회의 모든 영역과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는 고등교육의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대학교 학령인구(18~21세)는 2020년 233만명에서 2040년 108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2021년 대학 졸업자 수는 34만명이며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는 12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졸업자 수에서 이미 중국에 비해 4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 경쟁력은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

우선, 고등교육의 백년대계를 짜는 일은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혁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적 명문 대학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초일류 대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석사와 박사 과정의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등록금과 생활비는 국가가 아주 낮은 이자의 대출을 통해 책임져주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서 선언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혁명으로 모든 학생에 대한 국가책임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을 교육중심대학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은 아직도 교육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도 교육 중심의 제도와 거버넌스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100위권 대학 중에 교육중심대학은 한 곳도 없다. 대학의 세계적 명성은 국제적인 연구 성과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현 교육중심대학의 제도와 거버넌스에서 연구중심대학의 제도와 거버넌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정책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고등교육의 관점은 학부와 대학원을 구분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부와 대학원을 하나로 묶어 훨씬 더 전문화되고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고등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부에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이 학생들이 학부부터 석사까지의 기간에 AI 석사 교육을 받게 해서, 전공과 AI를 연계하는 고등교육의 인재를 키워나가는 식의 새로운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학부 교육과 석사 교육, 학부 교육과 박사 교육을 통합하는 학·석 통합, 학·석·박 통합의 인재들을 지금의 몇 배 수준으로 늘릴 수 있도록 고등교육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

[한상만 성균관대 대학원장, 前 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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