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안 돼, 편견 깨려고 버티고 또 버텼다” ‘한국 여성 최초·최연소’ 핸드볼 이가을 IHF국제심판 [SS인터뷰]

원성윤 2024. 1. 8. 17: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제핸드볼연맹(IHF) 이가을 국제 심판은 고등학생까지 핸드볼 선수였다.

한국에 핸드볼 여자 국제 심판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4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가을 심판은 "핸드볼 국제 심판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며 심판 준비를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한국 최초' 핸드볼 여성 국제심판 이가을(34), 이은하(36)는 이렇게 탄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최연소’ 핸드볼 이가을 IHF 국제심판. 사진 | 한국핸드볼연맹


[스포츠서울 | 광명=원성윤기자] 국제핸드볼연맹(IHF) 이가을 국제 심판은 고등학생까지 핸드볼 선수였다.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직 과목을 이수했다. 교생 실습도 나갔다. 선생님이 되기 위한 경력을 쌓아 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한국에 핸드볼 여자 국제 심판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4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가을 심판은 “핸드볼 국제 심판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며 심판 준비를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마침 이은하 선배도 옆에 있었다. 함께 준비하던 한 선배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빠졌다. 덕분에 두 사람이 나란히 국제 심판에 도전했다.

‘한국 최초·최연소’ 핸드볼 이가을 IHF 국제심판. 사진 | 한국핸드볼연맹


‘한국 최초’ 핸드볼 여성 국제심판 이가을(34), 이은하(36)는 이렇게 탄생했다. 핸드볼은 다른 구기종목과 심판 운영이 다소 다르다. 주심, 부심이 따로 없다. 주심이 2명이다. 국내 대회는 심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국제 대회는 ‘2인 1조’가 한 팀이 돼 경기를 배정받는다. 이 두 명은 일명 ‘커플’로 불린다. 한 명이 그만두지 않는 한 ‘무조건’ 함께 출전한다.

2016년 5월, 중국에서 열린 GRTP 코스를 통과해 국제심판 자격증을 얻은 이은하(왼쪽), 이가을 심판. 사진 | 대한핸드볼협회


22살에 심판을 시작한 이가을 심판. 그는 아시아 대륙 심판 자격증(2013)을 취득했다. 국제심판이 되기 위해선 핸드볼국제연맹(IHF)이 주관하는 GRTP(Global Refree Training Programme)을 통과해야 했다. 2014년에 첫 도전에선 실패했다. 실제 프로 경기에 투입돼 실기 시험을 봤다. 이란 성인 경기였다. 낯선 환경이었다. 평소에 입던 반소매, 반바지 대신 긴소매,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히잡까지 썼다. 잔뜩 긴장됐다. 경기 수준도 평균 이하였다. 판정에 애를 먹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가 수여하는 국제심판 자격증. 이가을(왼쪽), 이은하 국제심판 자격증. 사진 | 대한핸드볼협회


심기일전. 2016년, 중국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실전 네 경기 모두 만족스럽게 심판을 봤다. 마침내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았다. 합격한 기쁨도 잠시, 경기장에 나서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까지 힘든 데 해야 하나. 생각이 정말 많았었어요.”

20대 국제심판. 이는 ‘자랑’인 동시에 선수들에 ‘무시’ 대상이었다. 사진 | 한국핸드볼연맹


20대 국제심판. 이는 ‘자랑’인 동시에 선수들에 ‘무시’ 대상이었다. 그는 “쟤들은 여자라서 안 돼. 어려서 안 돼 하는 분위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했다”며 “경기에 배정되면 ‘아 우리 경기 무시하네’ 이런 시선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럴수록 경기가 끝난 뒤 영상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심판 본부장을 비롯해 심판부 10명 안팎이 모였다. 초 단위로 분석하고 토론했다. 편견을 깨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감독과 ‘심리 싸움’도 치열했다. 경력이 낮을 땐 감독들 손에 ‘쥐락펴락’ 당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다음 발생한 파울 상황에서 휘슬을 불어야 하는데, 멈칫했다. 감독 큰 소리에 위축된 것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국제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대회 경험이 없을 때였다. 190㎝가 넘는 유럽 선수들 어필에도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그는 “아마 동공은 지진 났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핸드볼은 몸싸움이 심한 운동이다. 특히 7~9m 사이 골 에어리어 라인에서 수비수는 공격수와 몸싸움이 치열하다. 유니폼을 잡고 끌기고 한다. 서로 몸으로 밀치기도 한다. 이때 심판 판단이 중요하다. 선수와 경기 전 하이파이브 하는 이가을 심판. 사진 | 한국핸드볼연맹


핸드볼은 몸싸움이 심한 운동이다. 특히 7~9m 사이 골 에어리어 라인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몸싸움은 치열하다. 유니폼을 잡고 끌어당긴다. 서로 몸으로 밀치기도 한다. 이때 심판 판단이 중요하다. 주관적인 상황을 객관적인 결과로 양팀을 수긍하게 해야한다.

흥미로운 경기 진행을 위해 휘슬도 최대한 자제한다. “심판과 휘슬이 자주 나오면 경기 흥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영화로 치면 ‘조연’ 역할이죠.”

그는 올해 2024 파리올림픽에 가는 것을 목표로 꼽았다. 2020 도쿄 올림픽엔 진출에 실패했다. 재수엔 강한 이가을 심판. 이번엔 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을 품어본다. socool@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