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쩨쩨한' 애플은 안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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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컴퓨터역사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에 가면 주판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미국 국민 기업 애플이다.
이처럼 컴퓨터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기업 애플이 최근 '세계 1등 회사' 같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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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지배력 남용 횡포
자체 충전 케이블 고집하다
EU에 등떠밀려 C타입 전환
꼼수로 스타트업 기술 탈취
애플워치 특허 분쟁 도마에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컴퓨터역사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에 가면 주판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미국 국민 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1977년 세상에 내놓은 애플2로 PC의 대중화를 이뤘고, 1983년 리사 컴퓨터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최초로 컴퓨터에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도 애플은 윈도와 인텔 동맹의 PC 진영에 패배했고, 결국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쫓겨나고 말았다. 하지만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돌아온 창업자'가 회사를 되살리는 드라마를 만들어냈으며, 2008년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다시 썼다. 선구자에서 패배자로, 승자로 돌아온 그의 서사는 애플의 기업 문화와 제품에 담겨 있다. 아이폰이 '쿨'하고 젊은이가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데는 애플의 굴곡진 기업사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컴퓨터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기업 애플이 최근 '세계 1등 회사' 같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USB C 케이블을 유럽연합(EU) 규제 때문에 등 떠밀려 도입한 것이다. 다른 전자기기와 공유되지 않는 독자 케이블을 쓰다가 벌어진 일이다. 애플은 EU가 규제의 칼날을 빼어들자 그제야 문자메시지 표준인 RCS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사 메시지와 안드로이드 메시지를 차별하는 정책은 끝까지 고수할 계획이다. 굴곡진 역사를 겪은 애플은 '폐쇄'와 '차별화'를 통한 생존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 하지만 PC에 밀린 '언더독'일 때와 달리 '압도적' 지배력을 갖춘 지금 애플의 폐쇄성은 초거대 기업의 횡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애플은 크기에 걸맞지 않게 '쩨쩨하다'.
최근 애플워치 판매 중단으로 이어진 의료기기 업체 마시모와의 소송도 애플이 지닌 막강한 힘을 드러낸다. 애플이 마시모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는 아직 법적 다툼의 영역에 있다. 하지만 애플이 마시모 임직원을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빼내간 것은 사실이었다. 애플은 회사를 인수하거나 사용료를 지불하는 정공법이 아니라 편법을 택했다. 애플이 힘이 있는 강자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 편법이 애플워치 판매 중단이라는 황당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진작에 마시모와 합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젊은 세대가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젠지세대(1996~2010년생) 중 90%가 아이폰을 쓴다는 분석이 있다. 젠지세대는 아이폰이 얼마나 쩨쩨한 기업인지 알고 있을까? 애플이 아이폰처럼 '쿨'하고 멋진 기업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mrd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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