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도 인정한 박지성 후계자는 이강인…"한국에 우승 안길 수도…아시안컵서 주목해야"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주목한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박지성까지 언급된다.
AFC는 8일(이하 한국시간) 올해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안컵을 빛낼 영 스타 5명을 꼽았다. 이중 1명이 이강인이었다. "박지성 후계자가 돼 (한국이)그토록 오래 기다린 우승 트로피를 조국에 안겨줄 수 있을까?"라고 주목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아시안컵 조직위원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을 첨부해 눈길을 모았다. 이강인과 박지성이 나란히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 담긴 게시물이다. 그 위엔 "이강인이 박지성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이 오래 기다려온 아시안컵 타이틀을 (조국에) 안길 수 있을까"란 문장이 적혀 있다. 사실상 '넥스트 박지성' 1순위 후보로 이강인을 꼽은 셈이다.
AFC는 "이강인은 스타가 즐비한 PSG(파리생제르맹)에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을 거란 우려를 불식시켰다"면서 "빠르게 팀의 중요한 멤버로 올라섰다. 유럽대항전과 리그앙 우승을 두루 노리는 루이스 엔리케호에서 입지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22살의 국가대표는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와 나란히 뛰며 인상적인 리그앙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근 열린 툴루즈와 슈퍼컵에선 결승골을 책임지며 (데뷔 첫)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고 덧붙였다.
칭찬은 끝날 줄 몰랐다. AFC는 "국가대항전에서 활약 역시 훌륭하다. 지난 A매치 4경기에서 4골 3도움을 챙겼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 (앞선 A매치에서 이강인 활약은)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태극전사에게 좋은 징조"라고 밝혔다.
이강인 외에 2024 아시안컵을 빛낼 영 스타 5명으로 일본 대표팀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23, 레알 소시에다드) 우즈베키스탄 공격형 미드필더 아보스벡 파이줄라예프(21, CSKA 모스크바) 이라크의 AFC 20세 이하 아시안컵 우승을 이끈 알리 자심(20, 알쿠와 알자위야) 말레이시아 유망주 아리프 아이만(22, 조호르 다룰 탁짐)이 함께 올랐다.
이번 아시안컵은 오는 12일 개막해 다음 달 10일 폐막한다. 말레이시아, 바레인, 요르단과 E조에 묶인 한국은 전력상 조별리그 통과가 유력하다. 이후 16강 토너먼트가 열린다. 64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은 이라크와 평가전을 1-0으로 마치고 대회에 돌입한다. 오는 15일 바레인을 상대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 나선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재성 등과 더불어 팬들의 관심을 끄는 건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현재 파리 생제르맹의 중심 선수로 우뚝 섰다. 대표팀 차출을 늦추고 치른 2024년 PSG의 첫 경기에선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PSG는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 프랑스 슈퍼컵 '트로페 데 샹피온'에서 툴루즈를 2-0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트로페 데 샹피온'은 프랑스 리그앙 우승팀과 컵대회 우승팀이 격돌하는 단판전이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정상을 차지한 PSG와 컵대회 우승컵을 가져간 툴루즈가 이날 경기서 맞붙었다.
경기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슈퍼컵을 위해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컵 차출도 미뤘다.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12월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도 이강인은 프랑스에 남았다. PSG에게 우승컵을 안기기 위해서였다.
경기 초반부터 이강인이 존재감을 뽐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PSG의 선제골이 이강인 발끝에서 나왔다. 우스만 뎀벨레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이강인에게 크로스했다. 이강인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의 올 시즌 3호골이자 PSG의 2024년 첫 득점이었다.
PSG는 이강인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다. 툴루즈가 간헐적인 카운터 어택으로 파리 생제르맹을 흔들었지만 골키퍼 돈나룸마 선방이 빛났다. PSG는 3분 만에 득점 패턴처럼 툴루즈 측면을 공략해 흔들었다. 유효슈팅은 아니어도 툴루즈 간담을 충분히 서늘하게 할 장면이었다. PSG는 높은 볼 점유율로 툴루즈를 압박했다.
이강인은 허리에서 왕성한 활동량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화력을 지원했다. 바르콜라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툴루즈 진영에 파고 들었다. 측면을 꾸준히 허물면서 기회를 창출하려고 노력했다.
풀백 하키미와 호흡도 좋았다. 하키미가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툴루즈 진영을 공략하면 한 칸 아래에서 내려 받아 슈팅 준비를 했다. 하키미 패스가 이강인 발끝에 걸리는 모양이었지만 아쉽게 살짝 빗나가며 슈팅까진 하지 못했다.
이강인은 PSG 공격 전반에 영향력을 보였다. 이번엔 미드필더 동료 비티냐와 합작이었다. 비티냐가 크로스를 올리자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잡아내 툴루즈를 긴장하게 했고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조준했다. 이강인은 세트피스로 PSG 공격에 날개를 달았다. 후반전에도 음바페, 하키미 등과 호흡하며 파리 생제르맹 공격을 이끌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마르코 아센시오, 랜달 콜로 무아니, 베랄두를 투입하며 그라운드에 변화를 줘도 이강인은 끝까지 뛰게 했다.
이날 이강인은 풀타임을 뛰며 PSG 우승을 이끌었다. 선제골이자 결승골이 된 득점을 만들며 PSG 우승을 직접 견인했다. 경기 후엔 프랑스 슈퍼컵이 선정한 대회 최우수선수에도 뽑히며 영광을 더했다. PSG 이적 6개월 만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강인 경기력을 높게 봤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강인 평점은 8.3점으로 미드필더 중 가장 높았다. 팀 두 번째 골을 넣은 음바페와 놀라운 선방을 이어간 돈나룸마가 8.4점이었고, 아슈라프 하키미가 8.8점으로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90min' 프랑스판은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눈에 띄는 활약이었다. 이강인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뎀벨레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은 기동성이 뛰어나며 바르콜라와 좋은 호흡을 했다. 전반 30분엔 위협적인 원투패스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전반전에만 드리블 성공률 100%(2/2)를 비롯해 슈팅 2회(유효슈팅 2회), 기회 창출 1회 등을 기록했다. 이밖에 패스 성공률 96%(26/27), 지상 볼 경합 성공률 75%(3/4), 롱패스 성공률 67%(2/3)를 자랑했다.
지난해 여름 이강인은 마요르카를 떠나 PSG로 이적했다. 6월 A매치가 끝나고 프리시즌 일정에 들어갔는데 르 아르브와 첫 번째 경기에서 근육 부상을 당했다. 음바페 이적설로 팀 분위기가 흉흉했지만 개막전에서 선발로 뛰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 전술에 적응했다. 하지만 9월 A매치를 앞두고 근육 부상이 또 말썽이었다. 이강인은 9월 A매치에 차출되지 않았고 근육 부상 회복에 총력을 다했다. 부상 회복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뛰면서 실전 감각을 올렸고, PSG 차출 허락 속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10월 A매치에선 손흥민 공백을 대신에 대표팀 핵심 선수로 맹활약했다. 완벽하게 폼을 올린 뒤 돌아온 프랑스 무대에서 이강인은 펄펄 날았다. 핵심 공격수 음바페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고 프랑스 리그앙 사무국이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대표팀에서 활약이 이강인에게 약이 됐다. PSG 오고나서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다. 날이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졌다. 팀 내 영향력도 커졌다. 결국 시즌 전반기 PSG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유력지 '레키프'와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올시즌 리그앙 전반기 베스트11에도 들었다. 개막전부터 17라운드까지 기록한 평점을 평균해 배치한 결과였다. 포지션은 풀백이었지만 이강인이 프랑스 무대 데뷔전에서 큰 영향력을 보였다는 객관적 지표 중 하나였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이강인 찬사에 나섰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이 아시안컵을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PSG는 이강인을 상당히 그리워 할 것이다"라면서 "프랑스 슈퍼컵에서 이강인의 득점으로 완벽한 출발을 알렸다. 이강인은 PSG 공격 중심으로 바르콜라와 호흡했다. 전반 중반엔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을 했다. 선제 득점 장면은 이강인의 올시즌 활약을 알려준 장면"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프랑스 매체 '겟프렌치풋볼'도 "경기 시작 3분 만에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강인은 놀라운 바이시클킥으로 툴루즈에 부담을 줬다. 시즌 초반 떨어졌던 경기력과 비교하면 정반대 경기력이다. 아시안컵을 위해 한국 대표팀 합류하는데 직전까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PSG 만능 미드필더"라고 극찬했다.
PSG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미드필더와 윙어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10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5경기에 나와 1골을 기록했다. 2023-24시즌 전반기에 15경기 2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파리 생제르맹 주전급 선수 입지를 다졌다.
엔리케 감독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전반기 최종전이었던 리그 18라운드 메츠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아마 스페인 라리가를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선수일 것이다. 이강인은 아마 스페인 라리가를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선수일 것이다. 한국의 슈퍼스타다. 우리는 이번 여름에 이강인을 만났지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선수다. 좌우 윙, 미드필더, 그리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강인은 수비적인 능력도 뛰어나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선수다. 어린 선수가 이렇게 많은 장점을 보유한 건 대단한 일이다. 이강인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특정 경기에서 가짜 9번 공격수로 뛸 수 있다. 유럽 최고 수준 테크닉을 보유한 선수다. 성격도 좋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모든 걸 다 가진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강인은 프랑스 슈퍼컵 공식 맨오브더매치(MOM), 시즌 3호골, 결승골을 폭발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우승 직후 이강인은 PSG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인터뷰에서 "프랑스 슈퍼컵을 가져오고 싶었다. 경기 전부터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난 항상 팀을 도우려고 했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뛴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동료들에게 많은 걸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PSG에서 행복하다. 이 경기 전부터 승리를 하고 싶었다. 우승해 기쁘고 이날을 즐기고 싶다. 항상 팀을 도우려고 하고 열심히 훈련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선수들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한다. PSG에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강인은 커리어 두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8-19시즌 발렌시아 소속으로 발렌시아에서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엔 주전급 선수가 아니었지만, 이번엔 PSG 핵심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 활약을 한국 대표팀에서 이어 가려 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에 이어 이번엔 아시안컵 정상으로 한국을 이끄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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