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는 '티빙'에서…OTT 스포츠 경쟁 거세진다
1200억 배팅에도…"드라마·영화보다 저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스포츠 콘텐츠 경쟁이 뜨겁다. 티빙은 앞으로 3년간 국내 프로야구의 온라인 중계권을 따내는데 약 1200억원을 배팅했다. 고정 팬층이 두꺼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구독자 정체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 ENM의 자회사인 OTT 티빙은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우선협상대상자인 CJ ENM과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최종 완료 시 계약 규모 및 주요 사항 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서 티빙은 연 400억원, 3년 누적 120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계약의 연간 중계권료(연 220억원)의 2배에 가깝고, 각각 300억원을 적어 낸 것으로 전해진 네이버 컨소시엄과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의 입찰금액도 압도한 액수다.
티빙은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해 KBO의 흥행과 야구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감을 밝혔다. 또 △구단별 채널 운영과 △2번 클릭 진입할 수 있는 환경 △멀티뷰 분할 등 새로운 중계 방식을 적용하고, 다양한 SNS(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중계 영상의 부가 콘텐츠를 확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빙의 라이벌인 쿠팡플레이의 경우, 스페인의 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경기 등을 생중계하면서 국내 OTT MAU(월간활성이용자수) 1위에 오르는 등 스포츠 콘텐츠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글로벌 OTT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TV는 미국 프로축구(MLS) 경기를,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와 남자프로테니스(ATP) 등을 중계한다.
티빙도 국내 프로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 팬층을 가입자로 끌어들인다면, 최근 성장이 더딘 구독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1200억원의 출혈을 감수해야 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작품당 수백억원대'까지 치솟은 콘텐츠 제작비를 고려하면, 연간 300억원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란 평가다.
하루 300만명의 프로야구 시청자를 빼앗기게 된 포털과 통신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각에선 티빙이 중계권을 확보한 뒤 포털 등에 '재판매'할지 눈여겨보지만, 이용자 저변 확대가 중요한 티빙의 입장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날 입찰 결과에 대해 네이버 측은 "오픈톡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야구팬이 모이는 커뮤니티 기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TV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아쉽고, 추후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부 통신사도 "고객들의 볼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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