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일 지진 위로, 축구 …한반도 긴장 높아지지만 북·일은 ‘물밑관리’
북한이 올해 들어 사흘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으로 해상 포격을 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대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북핵 문제 등에서 한·미·일 공조를 진행하면서도 북·일관계 개선에 독자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사카와현 노토반도 대지진과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낸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위문 전문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지진과 관련해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일본의 재해에 반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이 일본 지진피해에 위로를 표한 것은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인도주의적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이전 정권보다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인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북한에 고위급 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해 5월 납북자 피해가족 모임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9월과 10월에도 기자회견과 국회 연설을 통해 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납치 문제 해결 없이 국교 수립은 없다”며 납치 생존자를 일본에 전원 귀국시키는 것 등을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것보다 전향적인 메시지이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 관련해서는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사과하고 생존자 5명을 돌려보낸 것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차로 인해 북·일관계 역시 꽉 막힌 상태였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교수는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는 기시다 총리가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을 반전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일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일 간 물밑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 정부 당국자가 지난해 3월과 5월 동남아시아의 도시에서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 조건 등을 논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9월 보도했다. 입장 차가 커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양국이 물밑에서 관계 개선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보도에 대해 공식 부인하지 않았다.
북·일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개선과 맞물리는 이슈였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면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도 북·일관계는 풀어갈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다.
북·일관계 개선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산케이신문, 지지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위로 소식을 보도하면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한·미·일 연계를 흔들려는 목적”이라는 전문가와 한국 언론의 분석을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도 관건이다.
다만 북·일 간 스포츠 교류 등 양국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르는 북한 남녀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의 방일을 허락하기로 한 것이 단적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남자 축구대표팀은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조별예선 경기를 일본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른다. 일본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이번에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스포츠에 차별을 둘 수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경기가 성사된다면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은 코로나19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첫 해외 선수단이 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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