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 종합선물세트 추억은 돋지만 짜깁기 같네

100주년 기념작 '위시'
동화그림에 3D 결합해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의 한 장면. 디즈니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로사스 왕국. 군주인 매그니피코 왕은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백성들은 그런 왕에게 만 18세가 되는 해 자신의 소원을 바치고 평생 소원 성취식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어느 날 마법사 견습생이 되기 위해 성을 찾은 아샤는 왕이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기는커녕 자신의 권력을 위해 꿈과 희망까지 빼앗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 3일 개봉한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는 꿈 많은 소녀 주인공 아샤가 로사스 왕국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사람들에게 소원을 되찾아주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제작비만 2억달러가 투입됐고 흥행작 '겨울왕국'의 크리스 벅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위시'가 특별한 이유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 덕분이다. 옛 디즈니 작품 특유의 수채화 느낌이 나는 2D 그림 배경에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했다. '모아나' '주토피아' 등 3D 모델로만 제작한 최신작보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상상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장면과 음악은 기승전결을 따라 고조되면서 꿈과 희망, 연대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이야기하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위시'는 100주년 기념작에 걸맞게 그동안 디즈니가 쌓아온 세계관을 총망라했다. 별과 소원, 마법은 역대 작품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다. 디즈니의 팬들에게는 작품 곳곳의 이스터에그(숨겨진 메시지나 요소)를 찾는 재미를 준다. 디즈니 작품을 보고 자란 30·40대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리본이 달린 망토를 두른 아샤의 옷은 '신데렐라' 속 요정 대모의 것이다. 숲속에서 말하고 노래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인어공주'나 '라이언킹'에서 나왔던 동물들의 합창 장면을 연상시킨다. 악당으로 흑화한 매그니피코 왕은 '신데렐라'의 그림하일드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말레피센트를 모티브로 했다.

다만 디즈니의 과거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객은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을 짜깁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