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vs “적법 절차”…조태열 청문회,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 공방

박은경 기자 2024. 1. 8. 16: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차관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비판에
“외교적 문제 적극 대처 사명감에서 행동” 해명
“한·미동맹 원칙 위에서 중국 관계 다뤄야”
“트럼프 발언과 실제 내용 다른 정책 많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일제 강제동원 재판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짜고 치기”, “사법 농단 카르텔”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적법한 절차이자 국익에 따른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이슈는 강제동원 재판 거래 의혹이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당시 판결을 뒤집을만한 나름대로의 근거와 명분에 입각한 모범답안을 법원으로부터 받아서 (외교부가) 전달했던 절차로 보면 완전히 재판거래, 짜고 치기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이던 2015년 6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수차례 만나 강제동원 재판 재상고심 진행 과정 전반을 의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부담이었던 강제동원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같은 의혹은 집중 공격했다. 김홍걸 의원은 “조 후보자가 임 전 차장, 유명한 김앤장 고문 등과 강제동원 재판을 지연시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10년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르신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분들이 기다리시게 된 배후에는 국민 보호가 아닌 가해자 일본 기업을 위한 공작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협 의원은 “강제동원과 관련해서 사법부 판결을 앞두고 법원행정처장과 후보자가 협의를 계속했다, 문서도 주고받았다는 게 사실이냐. 그런데 사법농단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며 “술 마시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김상희 의원은 “외교부 의견서는 당시 차관이었던 조태열 후보자의 손을 거쳐 제출됐다”면서 “이 과정을 보면 명백하게 사법 농단의 카르텔에 의해서 움직였고 조 후보자가 적극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도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우리 역사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외교부 차관으로서 피해자들의 인권도 중요하고, 그 문제로 인한 한·일 간 외교적 문제를 적극 대처해야 된다는 사명감에서 행동을 했을 뿐 사법농단에 관여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로부터 답변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외교부가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조 후보자를 옹호했다. 정진석 의원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외교 문제가 소송 절차에 관련돼있는 사안일 경우 국무부나 외교 당국의 의견을 물어 그 의견을 존중해 판결하는 게 관행”이라며 “우리 외교부가 법원에 이러한 의견을 제출하는 게 불법하거나 뒷방에서 몰래 이뤄진 일은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제3자 변제 방안이 지금 실행 단계에 있는데 재원이나 형평성 문제가 있고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원 보상 문제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이 문제의 양국 정상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방안을 후보자가 꼭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이 조 후보자의 부친인 ‘청록파’ 조지훈 시인의 행적에 대해 언급하자 조 후보다는 “아버지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을 제 인생의 최고의 목표로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색된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와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정립 등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조 후보자의 21세기 한중교류협회 부회장 경력을 언급하며 대중관계를 풀어낼 방안을 묻자 조 후보자는 “갈등 요소도 있지만 협력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갈등보다 협력 요소에 초점을 맞춰서 경제, 인문 교류 등 분야에서부터 실질적 협력과 신뢰 증진을 위한 사업, 성과들을 착실하게 쌓아가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미 동맹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원칙 위에서 중국 관계를 다뤄야 한다”면서 “동맹은 동맹이고 파트너는 파트너지, 그 두 개의 완전한 절대적인 균형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 대통령 선거 전망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질문하자 조 후보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취했던 여러 입장과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 등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지만 정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외적으로 밝힌 내용과 달리 취해진 부분이 훨씬 많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결국 미국 조야, 여야를 막론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바탕이 된 것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 믿음을 갖고 민주·공화 양당의 여러 인사, 인맥, 채널을 가동해서 가능한 한 모든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