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 두려운 교사들에게…“아이들과 라포 형성 우선”
지난해에는 ‘교권 추락’ ‘학부모 민원’ 등이 우리 사회를 뒤흔든 키워드였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수업 태도를 바로잡거나 학교폭력 등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다. 많은 교사들이 담임이나 학생부장 등을 맡는 걸 기피하는 이유다. 특히 새학년과 새학기를 앞두고 경력이 짧은 저연차 교사들의 긴장도가 높은 가운데, 교사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25년차 엄재민 교사와 학생부장을 오래 맡아온 17년차 김태훈 교사에게 학생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수습기간 없이 담임 맡아 대처 힘들어
사소한 조짐 때부터 학생과 소통해야
충북 제천 대제중학교에 재직 중인 엄재민 교사는 “교사들이 힘든 이유는 수업 때문이 아니라 수업 외의 업무 때문에 힘든데 특히 저연차 교사들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수습 기간이 없이 바로 담임을 맡아 학부모를 상담하고 아이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해야 되기에 더욱 힘들다”고 진단했다.
보통 일반 직장인들은 신입사원 시절 사수와 부사수 같은 정해진 상사에게 묻고 배우며 실습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를 거친다. 반면 교사들은 사범대나 교대를 졸업한 뒤 수습 시기도 없이 바로 담임을 맡으면서 봉착하는 여러 난관을 혼자 고민하거나 다른 교사들을 어깨 너머로 곁눈질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엄 교사는 “요즘 선생님들은 수업 능력은 다들 뛰어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수업에 대한 민원은 거의 하지 않는다”면서 “반면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돌발 행동을 벌일 때, 학부모가 교사의 의도를 곡해하고 오해할 때, 저연차 교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하고 멘탈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동료 교사와 소통·연대로 배움 얻고
학생중심의 큰 그림 아래서 지도해야
그는 “수업 외 업무의 핵심은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동료 교사와의 관계 등 결국 관계의 문제”라면서 “이는 갈등을 관리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같은 노하우를 배울 경로가 마땅치 않아서 교사들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엄 교사는 지난 2017년부터 같은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이러한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아리 ‘따로또같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는 “겉보기에는 유능하고 뛰어난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도 실은 민원으로 고생한 적이 있고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서로 위로도 하고 방법도 함께 찾아가고 있다”며 “간담회, 워크숍, 독서 등을 통해 저연차 교사들이 별 탈없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학부모 민원과 관련한 팁은 다음과 같다. 학부모와의 관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먼저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가 있고,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반드시 사소한 조짐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사소한 조짐이 있을 때 진심어린 소통으로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하면 학부모와의 관계로까지 비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또 교직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노하우와 요령이 있어서 사건이 발생해도 흥분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저연차 교사의 경우 그런 여유를 갖기가 쉽지는 않다. 이에 따라 엄 교사는 “교사들이 교실이라는 섬에 고립돼 있지 말고 교실 문을 열고 나와서 다른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다른 교사들과도 적극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즉, 동료 간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고연차가 될 때까지 노하우를 쌓아가자는 것이다.
엄 교사는 6년간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70가지 고민들에 대한 해법을 담은 책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책장속북스)를 최근 펴내기도 했다. 책은 실제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업무들과 학생 지도법, 학부모 상담법 등을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이 맞는지 자신이 없다’ ‘학생과 대화할 때마다 내 말로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다’ ‘어디까지가 교육자이고 어디까지가 직장인인지 모르겠다’ ‘학부모를 단호하게 대해야 할지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교사라면 누구나 붙들어봤을 고민들에 대해 친절한 지침을 제시한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으로 특성화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태훈 교사는 남들이 기피하는 학생부장을 5년 이상 맡아온 이유에 대해 “같은 일을 오래 해야 노하우도 쌓이고 주변에도 그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데, 학생부장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대부분 교사들이 2∼3년 만에 그만두니까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오래 하다 보니 사안별 대처법이 체득되어서 학생부장 업무를 계속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연차 교사들이 학생부장 업무를 맡기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교대나 사범대에서 학생 생활지도를 ‘학문’으로 배우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낚시로 비유를 하자면, 학교에서 낚시의 역사나 낚시대의 규격을 배운 뒤 낚시터에 나가 낚시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멘붕’이 된다”고 설명했다. 담임 업무나 생활지도 업무에 대한 교육청 연수도 있긴 하지만, 막상 학부모가 찾아와서 멱살을 잡거나 늦은 밤에 전화를 해서 욕설을 하면 대처법이 난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태훈 교사는 3가지 대처 포인트를 지적했다. 첫째는 학생과의 라포 형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과 라포가 형성돼 있고 관계가 좋으면 많은 일들이 별일 아니게 넘어가게 된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교사 자신만의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확실히 서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 학부모 민원의 경우도 일단 경청하는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학부모가 하는 얘기를 메모를 하면서 잘 듣고, 메모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계속 질문을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민원을 받았을 때 학교 입장에서 성실하게 답변해 나갔는데, 그게 학부모들에게는 ‘변명’으로만 들리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느꼈어요. 일단은 많이 들어주고 무얼 원하는지를 파악하면 훨씬 소통이 잘 되더라고요.”
셋째, 교사 앞에 어떤 문제로 학생이 와도 생활지도의 큰 방향과 목표는 학생이 ‘나다움’을 찾아서 자기개발을 해가는 인성교육을 목표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즉 폭력으로 오든, 흡연으로 오든,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매뉴얼대로만 아이를 지도하려고 하니까 민원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나다움과 자기개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생활지도를 했더니 학생과 라포형성이 잘 됐고 심지어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도 나중에 찾아와 감사함을 표현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폭·선도·교권 침해 등과 생활지도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자 유튜브 채널 ‘날아라후니쌤TV’를 운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서 ‘신규 교사를 위한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상담’(생각나눔)을 펴냈다. 책은 학급관리부터 학생과 라포 형성법, 교권 침해와 다양한 규정 위반 처리법, 교사의 멘탈 관리법까지 상세히 안내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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