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디 추운 겨울, ‘수원의 봄’은 올까

윤은용 기자 2024. 1. 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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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 제공



창단 이후 처음 K리그2(2부) 강등의 굴욕을 맛본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추운 겨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독 선임 발표도 내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공석이었던 대표이사와 단장을 선임했지만, 과연 새로운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낼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종전에서 강원FC와 비겨 최하위를 기록,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 강등의 수모를 겪은 수원의 새 시즌 목표는 당연하게도 ‘K리그1 승격’이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전력 보강과 시즌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 때에도 다른 구단들에 비해 ‘조용한’ 겨울을 보내며 의아심을 자아냈다.

그 과정에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중앙 수비수 고명석이 대구FC로, 미드필더 한석종이 성남FC로 이적했고, 지난 7일에는 ‘수원의 아들’로 불리며 수원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권창훈마저 전북 현대로 팀을 옮겼다.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으로 수원에서 데뷔해 해외 진출과 국가대표까지 보냈던 권창훈의 이적은 수원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또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울산 HD가 이적료를 지불하고 수원의 핵심 미드필더 고승범 영입을 눈앞에 뒀다. 여기에 역시 윙백 김태환 역시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설이 돌고 있다.

선수들의 이탈도 고민이지만, 더 큰 문제는 팀을 이끌어야 할 수장에 대해서도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막판 감독대행을 맡았던 염기훈이 그대로 감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감독 선임, 선수 영입 등 결정을 내릴 구단 수뇌부 인사들의 선임이 너무나 늦어졌기 때문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강등의 책임을 지고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이 사표를 냈다. 이후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시즌 종료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소식이 없다가 8일 오후에야 강우영 제일기획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박경훈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수원 관계자는 “대표이사나 단장이 먼저 선임이 돼야 이후 일을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선임이 늦어지면서 모든 일이 다 밀려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정권자인 대표이사와 단장이 선임되면서 이후 수원의 행보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하면 선수 영입 등 모든 부분에서 출발이 늦었다. 이미 팀 주축 선수들이 많이 떠났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부터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수원은 오는 12일 태국 방콕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를 빨리 확정해야 전지훈련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 지난 시즌 강원전이 끝난 후 ‘재창단’ 수준의 쇄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청사진도 빨리 내놔야 한다.

팬들도 하루 빨리 수원이 어떤 식으로든 쇄신의 모습을 보여 다시 희망을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수원 팬들의 충성도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지난 4일 한국프로축구연맹 발표에 따르면 수원은 시즌 전체 입장 수입에서 실제로 경기를 관전하지 않은 시즌권 보유자의 티켓 구매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전체 유료 관중수로 나누어 산출한 금액인 ‘객단가’ 순위에서 평균 1만5418원으로 K리그1 1위에 올랐다.

비록 강등이 됐어도 수원 팬들의 충성도가 하루아침에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팬들의 인내심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기업구단 부산 아이파크가 몇년째 승격에 실패한 것은 K리그2의 승격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저한 준비, 그리고 획기적인 변화만이 살 길이다. 수원이 냉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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