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주는 ‘금리 인하’ 기대에 펄펄 나는데 한국은 빌빌... 왜 엇갈릴까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배상 가능성도 악재
“투자심리 1월 중순 이후에야 개선될 것”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연초 미 은행주(株)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은행의 경우 힘을 못 쓰고 있다. 잇따른 상생 금융안과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고되면서다. 게다가 우리나라 은행은 전반적으로 금리가 인하하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 금융주는 투자은행(IB) 중심이라 금리가 내리면 사업이 용이해진다. 그간 사들인 채권이 많다 보니 채권투자 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는 연말·연초 매력도가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달리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결산배당 기준일을 바꾸면서 같은 해 배당을 두 번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8일 기준 644.83으로 마감했다. 이는 한 달 전 647.45에 비해 0.4% 하락한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2.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모습이다. 미 S&P500 금융섹터 인덱스(Financial Select Sector Index)가 12%가량 오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배당기준일 변경으로 배당락이 없었음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불안 요인은 역대 최대인 ‘2조원+α(추가적 지원)’ 규모 민생금융지원 방안이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이 최소 2조원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분담키로 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 장사’에 몰두한다며 상생금융책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이번 상생금융 비용은 대부분 2023년 4분기 실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은 이 비용을 지난해 4분기 영업비용에 60~80%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이익 영향은 당사 커버리지(조사분석) 은행의 지난해 이익 기준 4.6%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이 판매한 ELS는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조 단위 원금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이 손실에 대한 배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과거 파생결합증권(DLF) 투자 손실에 대한 은행의 최종 배상 비율을 손해액의 40~80%로 책정한 바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KB금융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은행주 약세를 견인했다”면서 “비교적 선방한 우리금융은 타 시중은행 대비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미미하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1월 중순 이후에야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금융지주사들의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일은 1월 말~2월 초로 예정돼 있는데 불확실성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1월 중순 이후에야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될 것”이라면서 “이 시기가 은행주의 투자 적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완만하게 낮추면, 그동안 막혔던 대출이 풀리고 대손 충당금이 감소하는 등 은행주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은행은 정부 정책과 순이자마진 영향 등을 크게 받는 특성상 최근 투자 심리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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