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중국의 ‘짝퉁 베엠베’ BYD, 어떻게 테슬라를 제쳤나

이재성 기자 2024. 1.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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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비야디(BYD)가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연초부터 화제다.

비야디는 중국 2위 배터리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엘지에너지솔루션과 2위를 다툰다.

중국 전기차 약진의 배경에 중국 정부가 있는 건 모두가 안다.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은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라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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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비야디(BYD)가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연초부터 화제다. 특히 미국 언론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비야디의 약진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세계가 코로나로 여념이 없었던 3년 동안이 비야디에게는 ‘퀀텀 점프’의 시간이었다. 창업자 왕추안푸(王傳福) 회장의 사촌이 소유한 대기업 룽제(融捷)의 리튬 채굴 부문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세계적으로 공급난을 겪었던 자동차용 반도체 칩을 직접 만드는 등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비야디는 직접 생산한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탑재하는 사실상 유일한 전기차 회사다. 2003년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든 뒤 ‘일본산 엔진에 조악한 껍데기’를 씌운 짝퉁 베엠베(BMW)로 놀림당하던 비야디가 테슬라를 따라잡게 된 비결도 배터리에 있다. 특히 2020년 3월 출시한 길쭉하고 얇은 모양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완벽하게 혁신했다는 평을 받는다. 전극을 감는 방식으로 조립하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블레이드는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쌓아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같은 해 7월에는 블레이드를 탑재한 준대형 세단 ‘한(漢)’을 출시했는데 동급인 테슬라 모델 3보다 저렴하지만, 주행거리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충전시간 등 모든 면에서 모델 3을 압도했다. 모델 3에는 배터리 업계 세계 1위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실려있다. 비야디는 중국 2위 배터리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엘지에너지솔루션과 2위를 다툰다.

촌스런 디자인은 아우디 수석디자이너 출신 볼프강 에거를 영입해 혁신했다. 지난해에는 랜드로버를 떠올리게 하는 스포츠실용차(SUV) ‘양왕(仰望)’ 등 고급 모델을 발표했다. 1만1000달러(약 1491만원)짜리 보급형 모델 ‘시걸’을 비롯해 10여 종의 모델을 판매한다.

비야디(比亚迪)라는 이름은 1995년 창업 당시 회사가 있던 선전시 야디촌(Yadi Village)에서 따온 것이다. 판촉에 유리하게 알파벳 목록의 앞쪽에 들기 위해 아무 의미 없는 비(bi)를 붙였다고 왕추안푸는 말한다. 회사의 슬로건이 된 ‘Build Your Dreams’는 사후에 꿰맞춘 셈이다. 왕추안푸는 사석에서 ‘Bring your Dollar’라고 농을 한다고 한다.

중국 전기차 약진의 배경에 중국 정부가 있는 건 모두가 안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공공차량 매입과 막대한 보조금으로 초기 시장을 형성해줬다. 특히 비야디 본사가 있는 선전시는 신규 차량의 40%가 전기차다. 중국답지 않게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로 ‘선전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은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라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충전 시설 부족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홀대로 전기차 보급이 더딘 한국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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