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주축 된 `성난 사람들`…현대인 분노 표현한 `수작`

스티븐 연 주연·이성진 감독 뭉쳐
5주연속 넷플릭스 '톱 10'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 오른 '성난 사람들' 배우 스티븐 연(왼쪽부터), 이성진 감독, 배우 앨리 웡. [EPA=연합뉴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제공=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등 3관왕에 오른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주축이 돼 만든 넷플릭스 작품이다. 10부작인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시간 최상위권을 휩쓸면서 현대인의 분노를 잘 해석해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분),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 장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제작하고, 극본도 직접 썼다. 주연 배우인 스티븐 연 외에도 조셉 리, 영 마지노,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참여했다. 영화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제작사 A24 작품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행사에서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성난 사람들'은 5∼10년 전이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 '성난 사람들'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경험이 녹아 있다. 극 중 대니처럼 이 감독 역시 어릴 적 미국의 한인 교회에 다녔다.

대니와 또 다른 주인공 에이미는 살아가는 환경도, 사회적 계층도 판이하지만,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별것 아닌 말싸움은 복수전으로 이어지고 이들의 삶은 파멸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지난해 4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회당 30분 분량의 구성으로 매회 어디로 튈지 못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며 몰입감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86점을 기록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평가를 나타내는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스티븐 연은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감을 품고 사는 대니의 지질한 면모를 현실감 있게 살려내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생애 처음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성난 사람들'은 오는 15일 열리는 제75회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작가상 등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