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바이오·방산, 연초 증시 주도…숨 고르는 코스피 다시 뛸까
금리인하 기대감에 바이오 들썩
지정학적 갈등으로 방산주 주목
업종별 급등 종목 속출했지만
단기 급등 따른 부담 감안해야
2024년 초 국내 증시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주가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바이오는 업황이 본격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급등하는 종목이 속출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2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숨고르기 장세’ 속에서 업종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키 맞추기 장세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2578.0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종가(12월 28일·2655.28) 대비 2.9% 하락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0.55%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이후 3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26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878.33에 마감하며 작년 말 대비 1.35% 올랐다.
코스피를 끌어내린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은 올해 들어(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8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948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인은 2조23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방어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이 1609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97억원, 16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시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었다. 새해 들어 1주일간 제주반도체는 주가가 35.18% 올랐다. 엑시콘(31.91%), 원익QnC(18.17%), 케이씨텍(13.28%)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소부장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소부장 중에 소외된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를 노린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관련주도 뛰는 모습이 나타났다. 에코프로머티는 17% 넘게 올라 시가총액이 13조8660억원까지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21위에 해당한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올 들어 각각 8.43%, 9.33%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셀 업체들은 올해도 약세를 이어갔다.
○회복하는 바이오·방위산업
올해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에 바이오주도 들썩였다. 대표적 성장주인 바이오는 금리 상승이 기업가치를 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주가가 13% 넘게 올랐다. 셀트리온제약은 38% 상승했다. 바이오 시총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4% 가까이 올랐다.
중소형주는 30~50%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바이오랩(48%), 애드바이오텍(35%), 셀루메드(25%)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밖에 한국항공우주(8.82%), 한화에어로스페이스(5.3%) 등 방산주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방위산업은 중동과 유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방산과 인터넷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올해 한국항공우주를 3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470억원, 241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은 카카오(29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93억원), 한국항공우주(287억원) 등이 많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고르기 예상하는 증권가
증권가에서는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NH, 키움, 신한, KB, 대신 등 6개 증권사가 내놓은 1월 코스피지수 예상 변동폭(밴드)은 평균 2476~2693 사이였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655.28에 마친 점을 고려하면 이달 상승 폭을 최대 1.4%로 본 셈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KB증권이 2760으로 가장 높은 상단을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악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금리 인하 기대는 극도로 과도한 수준”이라며 “코스피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정상화된 후 숨고르기 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최근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연초 증시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배경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전망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113개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7조5364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0.38% 하향됐다.
일각에선 지수 상승 모멘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월에는 신년에 대한 기대 등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는 일이 잦다”며 “증권사 전망치보다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의명/배태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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