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무서운 것일까? [성한용 칼럼]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지난해 12월28일 오후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의결한 직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룸 단상에 섰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갖는 권한은 ‘재의 요구권’이다.
거부권이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편의상 쓰는 말이다. 공직자들은 거부권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도운 홍보수석은 거부권이라는 비헌법적, 비법률적 단어를 썼다. 아마도 대통령의 반대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1964년 강원도 홍천 출생이다. 오산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신문 기자를 했다.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을 맡았다가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에 임명됐고, 11월에 홍보수석에 임명됐다.
지난 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직후 이관섭 비서실장이 나섰다. 특검법이 왜 잘못된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맞는 내용도 있지만 틀린 내용이 더 많았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재명 대표 방탄이 목적”이라는 논리는 그냥 궤변이다.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이 주장이 맞는다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면 된다. 검찰이 그동안 김건희 여사 소환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특검이 필요한 것이다.
이관섭 실장은 1961년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 정책기획수석, 국정기획수석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실 실세로 소문이 나더니 지난해 11월 정책실장이 됐다. 그리고 한달 만에 비서실장이 됐다. 경제 관료 출신의 정치 브리핑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야당 단독으로 강행한 위헌적인 특검 법안 2건에 대한 국회 재의요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6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여야 협의 없이 거대 야당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일방적으로 강행 통과시킨 이 법률안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쟁성 입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낸 논평을 방불케 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는 국무위원이다. 따라서 법무부가 이런 보도자료를 낸 것은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도대체 누구 지시로, 왜 이런 자료를 냈을까?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 직무는 이노공 차관이 대행하고 있다.
이노공 차관은 1969년 인천 출생으로 영락고와 연세대 법대를 나와 검사가 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윤석열 검사와 ‘카풀’을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했다.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했다.
그랬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부하들을 방패로 내세워 여론의 화살을 맞게 하고 자신은 그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다. 왜 그럴까? 김건희 여사가 무서운 것일까? 모든 언론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일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람 중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의혹을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진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간신’만 있고 ‘충신’은 없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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