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입원’ 美국방장관…“부장관도 사흘간 몰랐다”
업무 대행한 부장관조차 입원사실 사흘간 몰라
미 NBC뉴스 등은 오스틴 장관이 입원 당일인 2일 캐서린 힉스 부장관에게 업무 대행을 맡겼지만, 당시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던 그도 4일까지 장관의 입원 사실을 몰랐다고 7일 보도했다. 힉스는 이후 휴가를 중단하고 5일 워싱턴으로 급히 돌아오려 했다. 하지만 오스틴 장관이 업무 복귀를 준비 중이란 말을 듣고 통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에 머물렀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장관이 특정 책임을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이관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CNN방송에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의 ‘비밀 입원’ 기간 동안 대통령, 국방장관, 각군 사령관(Combatant Commanders)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군 지휘계통은 사실상 전체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이 오스틴 장관의 입원을 하루 만에 비교적 일찍 알았지만, CNN은 그는 핵심 지휘계통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수많은 사람이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매일 지원하고 돕고 있는데도 아무도 백악관에 말할 여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아무도 ‘은폐’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게 놀랍다”고 비판했다. 미국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의 댄 그래지어 선임 연구원은(Dan Grazier)는 “특히 국방장관이라는 직위를 고려했을때 입원 사실과 책임자를 처음부터 명확히 밝혀야 했다는 건 홍보의 101(개론)”이라고 비판했다.
‘암호인간’ 오스틴…“사임 가능성 낮지만 누군간 책임져야”
오스틴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사건으로 오스틴 장관이 직접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과정에서 일부 고위 군 장성들의 여론전에 홍역을 치른 뒤, ‘암호(cipher) 인간’으로 불릴 만큼 과묵하고 철저한 오스틴 장관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인 보 바이든과도 친분이 있었다.
의회도 국방부의 불투명성에 대한 검증을 예고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의회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마이크 로저스 위원장(공화당)과 애덤 스미스 의원(민주당)도 공동 성명을 내고 “오스틴 장관이 받은 수술과 합병증, 현재 건강상태, 국방장관 업무 위임이 이뤄진 시기, 대통령과 의회에 늑장 보고한 이유” 등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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