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구 비중 증가세, 노동공급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노동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별로 나누어 보면 미혼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여성의 노동공급을 늘리고 남성의 노동공급은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를 보면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화’,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화’ 추세가 심화하고 있다.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의 경우 26.5세에서 31.3세로 빠르게 늘어났다. 또 30~54세 핵심연령층 인구 중 미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6%에서 지난해 28%로 큰폭 늘었다. 학력수준별로 보면 지난해 핵심연령층 가운데 고학력 남성의 미혼 비중은 27.4%, 저학력은 30.9%였지만, 여성 미혼 비중의 경우 고학력은 28.1%, 저학력은 15.9%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내 미혼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미혼인구 증가가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남성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 증가는 노동공급 총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3년 평균)은 96%와 95%로 미혼 대비 각각 13%포인트 높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 증가가 노동공급 총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2%와 60%로 미혼 여성보다 19%포인트, 16%포인트 낮다. 이는 미혼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나 평균 근로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여성은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해서 지난 10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한국은 핵심연령층에서 미혼인구 비중 증가 현상이 총 노동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혼 증가는 결국 저출생 문제를 심화시키는 만큼, 미래 노동 공급에 확실히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이 혼인·출산율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공급 장기 추세를 추정한 결과 30년 후 미혼 비중이 남성 60%, 여성 50% 수준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31년(79.7%) 정점을 찍고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30년 후 미혼 비중이 작은 시나리오(남성 50%·여성 40%)나 미혼 비중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추산된 정점 시기(2035년)보다 4년이나 이르다. 분석에서 정점 이후 하락 속도도 미혼 비중이 커질수록 빨라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만혼·비혼 등 결혼 행태 변화에 따른 미혼 인구 증가는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미혼인구 증가세는 역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이므로, 혼인율을 높이는 완화정책과 미혼인구의 특성에 맞게 근로환경을 조성해 미혼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적응정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혼·출산의 기회비용을 늘리는 청년층 취업난·고용 불안·높은 주거비용 등을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제도와 자율적 업무 환경 등을 갖춰 MZ세대(1983∼2003년생) 등의 미혼자가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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