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난화와 공학의 전쟁, ‘무모해 보여도 감사해’
최근 극지연구소 연구자들이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25년 뒤인 2050년 해수면이 지금보다 평균 약 3.6㎝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992년 이후 인공위성이 관측한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변화량을 토대로 미래 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빙하가 녹은 물은 바다로 흘러가 해수면을 높이는 문제를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남극과 그린란드, 북극 빙하가 급속도로 녹는 원인을 ‘인간의 활동에서 나온 온실가스’으로 지목한다. 자연적으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는 원인도 있지만 과거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평균기온이 오르며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평균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205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나라 과학자들은 최근 ‘지구공학’이란 카드를 꺼냈다. 화석연료 배출 등 원인을 당장 없애기 힘들다면 공학을 이용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빙하가 덜 녹게, 햇볕이 대기 안에 덜 갇히게 하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방법 중 하나가 남극 빙하 주변 해저에 거대한 담을 쌓아 난류(따뜻한 해류)를 막는 것이다. 존 무어 핀란드 라플란드대 북극센터 교수는 그린란드에 있는 거대한 빙하 ‘세르메크 쿠잘레크’가 주변의 해류와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해수면 300m 아래에서는 대서양에서 흘러오는 난류가 닿아 빙하가 더욱 약해지게 부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어 교수는 그 해결방법으로 2018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해저에 댐을 쌓는 방법을 제시했다. 빙하 주변에 자갈과 모래를 사용해 100m 높이 방파제를 지으면 빙하까지 흘러오는 난류가 줄어들어 빙하가 녹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무어 교수는 만약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남극에 있는 더 큰 빙하, 스웨이츠 빙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대륙 빙하 중에서 해수면을 상승시킬 위험이 큰 것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비용이다. 세르메크 쿠잘레크에 방파제를 지으려면 5억 달러, 스웨이츠 빙하에는 5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금보다 완벽한 시뮬레이션 모델이 필요하다. 무어 교수와 마이클 윌로빅 독일 알프레드베게너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4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에 “방파제를 지으면 해당 빙하가 녹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난류가 다른 해역으로 흘러가는 탓에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과학자와 일부 정치가, 기업이 선호하는 지구공학 방식이 빙하 붕괴를 제대로 막으려면 빙하학은 물론 해양학, 재료과학, 해양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도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원래 아이디어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주변 환경에 2차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2050년은 이제 30년도 채 안 남았다. 과학자들이 최근 내놓은 예측을 보면 마치 재난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계절마다 뉴스를 장식하는 집중호우와 물난리, 폭설 이야기만 봐도 이미 현실이 되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지구공학이 지금 당장은 고려할 것도 많고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어찌됐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짜내는 공학자들의 노력이 반갑고 고맙다. 지나친 낙관론에 빠지면 안 되지만 이런 노력이 지금까지 어느 SF영화나 재난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지구의 해피엔딩’을 가져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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