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신화의 섬 마우이에서 잉태된 PGA투어 '태극몽(太極夢)'

방민준 2024. 1. 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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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 골프대회에 출전한 김주형, 임성재, 안병훈, 김시우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신화의 섬' 마우이에서 시작된 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의미 있는 선전'을 했다. 



 



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96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올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 안병훈이 최종 합계 26언더파 266타로 단독 4위, 임성재(25)가 25언더파 267타로 스코티 셰플러, 브라이언 하먼, 콜린 모리카와 등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이어 김시우가 20언더파로 공동 25위, 김주형이 14언더파로 공동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가 5대 메이저 다음으로 상금과 포인트가 높은 8개 시그니처 대회 중 첫 번째 대회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선수들이 거둔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대회는 출전자격이 전 시즌 PGA투어 우승자, 페덱스컵 랭킹 50위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 조건에 맞는 선수 59명만 참가한 시즌 개막전에서 한국선수가 4명이나 출전해 중상위권에 포진했다는 것은 분명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대회 전 우승 가능성을 놓고 매기는 파워랭킹에서 5위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김주형이 중위권으로 밀렸으나 그는 이미 PGA투어 셀럽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시즌 개막전의 결과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김주형의 효과를 알 수 있다. PGA투어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 지난 시즌 주춤했던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등이 분발하듯 달라진 경기 모습을 보여준 것은 김주형이 만들어낸 '메기 효과'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참 어린 후배가 느닷없이 나타나 PGA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 반열에 오르는 모습은 선배들에게 자극을 주고도 남는다.



 



3, 4 라운드에서 한때 단독 혹은 공동선두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펼친 안병훈과 임성재의 눈빛에선 우승을 갈망하는 불꽃이 튀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11개의 버디를 쓸어 담으며 나흘 동안 34개의 버디를 잡아 PGA투어 대회 사상 최다 버디 신기록을 세운 임성재의 불길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종전 기록은 2022년 이 대회에서 존 람이 세운 32개다.



 



크리스 커크(38)가 최종 합계 29언더파 263타로 시즌 첫 축포를 쏘아올리며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 되었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크리스 커크는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알코홀 중독으로 2019년 PGA투어를 중단할 정도였으나 지난해 2월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다시 11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6승째를 거둬 동료 선수들로부터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축하를 받았다.



사이스 티갈라(28언더파)가 2위, 조던 스피스(27언더파)가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개막전은 정예선수들의 불꽃 튀는 경쟁 못지않게 대회가 열린 마우이 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 주위로 펼쳐진 풍광이 볼만했다. 특히 골프코스 곳곳에 임립한 '쿡 파인트리'와 혹등고래가 솟구치는 바다 등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액자였다. 자연과 마우이 섬에 얽힌 신화와 풍경이 골프팬들에게 선수들의 경기 못지 않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에 글을 보탠다.



 



마우이 섬은 하와이에서 하와이섬(빅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 1,882km²로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크다.



마우이라는 지명은 하와이를 처음 발견한 폴리네시아의 탐험가 '하와이일로아'가 가장 큰 섬에는 자신의 이름 하와이를, 두 번째로 큰 섬에는 자신의 아들인 마우이의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와이일로아의 아들 마우이의 이름은 폴리네시아 신화의 영웅 마우이에서 따온 것이다. 마우이는 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괴력을 지닌 영웅으로 어릴 때 허약해 버려졌다가 할머니에 의해 구출되어 영웅으로 성장했다. 할머니 사후 사랑하는 할머니의 등뼈(나 턱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바다의 바닥을 낚아올려 섬을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북섬이 이렇게 마우이가 낚아 올린 섬들 중 하나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웅 마우이의 전설에 따르면 이밖에도 하늘을 높이 들어 올려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살 수 있게 해주었고 태양의 햇살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어 해의 속도를 늦춰 낮의 길이를 늘려 주고, 너무 높이 불던 바람을 바다 위로 끌어내려 돛단배로 항해를 할 수 있게 해주는가 하면 지하세계에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인간들에게 불멸을 주기 위해 죽음의 여신이 자고 있을 때를 자궁으로 들어갔다가 잠을 깬 여신의 성기에 달린 흑요석 이빨에 물려 죽었다고 한다.



 



골프코스가 펼쳐진 카팔루아는 '바다를 감싸 안은 팔'을 연상케 하는 마우이의 고급 리조트 단지로 다섯 개의 만과 세 개의 백사장을 보유해 메릴랜드대학교 해안 연구소가 "미국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800년대에는 목장으로, 다음에는 플랜테이션으로 명성을 구가하다 초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각광받는 관광지가 되었다. 6월에는 카팔루아 와인 & 푸드 페스티벌이 열려 세계의 미식가들이 몰려드는데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쿡 파인트리가 이국정취를 맛보게 한다.



 



높이 15~20m로 자라면서 적도 쪽으로 기우는 특성을 가진 쿡 파인트리의 이름은 영국의 탐험가이자 항해사, 지도 제작자인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평민 출신으로 영국 해군의 대령까지 오른 쿡은 태평양을 7번 항해하면서 하와이,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 거의 전 지역은 물론 남극과 베링 해협까지 탐험하며 그 결과를 항해일지와 지도로 남겨 영국의 해외 식민지 개척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링 해협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와이에서 원주민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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