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혁신의 본뜻은 '가죽을 벗긴다'
‘운외창천(雲外蒼天)’,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난관을 극복해가면 더 나은 미래가 열린다는 말이다. 우리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 말을 선택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이지만 절망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격려하는 의지를 담아냈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육십갑자’·‘환갑’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은 육십갑자의 41번째 간지로, 청룡의 해로 알려져 있다. ‘갑(甲)’이 천간(天干)의 하나로 푸른색을 뜻하고, ‘진(辰)’이 지지(地支)의 하나로 용을 나타낸다. ‘간지’란 천간과 지지를 합쳐 이르는 말이다. ‘천간’은 고대 중국에서 날짜나 달, 연도를 따질 때 쓰던 말이다.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가 있다. 이것을 십간(十干)이라 부른다.
십간이 하늘을 의미해서 천간이라 하는 데 비해 ‘지지’는 땅을 가리켜 지간이라 한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십이지로 구성됐다. 각각은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잔나비, 닭, 개, 돼지’로 상징된다. 우리가 ‘띠’라고 하는 것은 이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화해 이르는 것이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순차적으로 배합한 게 ‘육십갑자’다. 태어난 해에 맞춰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식으로 꼽다 보면 60가지가 나오고, 61번째에 다시 갑자로 돌아온다고 해서 ‘환갑’이라고 한다. 그러니 환갑, 즉 60세는 ‘만 나이’ 개념임을 알 수 있다. 한국식 ‘세는나이’로는 ‘예순하나’에 해당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육순이나 칠순, 팔순을 따질 때와 구분해야 하는 셈법이다. 즉, 육순, 칠순, 팔순 같은 표현은 세는나이로 할 때 쓰던 말이라, 육순은 만 나이 59세이고 그다음 해가 비로소 환갑, 즉 만으로 60인 것이다. 이를 자칫 육순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4월 총선 앞두고 막 올린 ‘혁신’ 경쟁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도 혁신 경쟁에 돌입했다. 굳이 ‘혁신’이나 ‘개혁’이 아니더라도 한 해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이즈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 중 하나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이다. 올해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이 말을 꺼내들었다. ‘풀 해, 활시위 현, 고칠 경, 베풀 장’ 자다. ‘낡은 줄을 걷어내고 새 줄을 팽팽하게 맨다’는 뜻이다. 사사로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각오를 단단히 할 때 쓰는 말이다. 정치적·사회적으로는 묵은 제도를 개혁해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쓴다.
‘경장(更張)’은 직역하면 고쳐서 베푸는 것이다. ‘해현’과 어울려 거문고의 줄을 팽팽하게 고쳐 맨다는 뜻을 나타내니, 곧 혁신을 말한다. ‘혁신(革新)’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혁신의 본뜻은 ‘가죽을 벗긴다’는 의미이다. ‘혁(革)’이 짐승의 가죽을 가리킨다. 그런데 단순한 가죽(皮)과는 다르다. 그 가죽을 펼쳐 다듬고 손질해 만든 것이다.
그 과정을 순우리말로 ‘무두질’이라고 한다. 즉, 무두질을 거쳐 새롭게 탈바꿈한 가죽이 ‘혁’인 것이다. 여기에서 ‘혁’에 ‘고치다’란 뜻을 더하게 됐다. 그래서 혁신은 ‘낡은 것을 고쳐 새롭게 함’이란 뜻이다. ‘경장(更張)’, ‘개혁(改革)’이 다 같은 의미다.
구한말 개화기 때인 1894년부터 1896년 사이 추진된 개혁운동이 있었다. 그것을 역사는 ‘갑오개혁’이라고 부른다. 당시 김홍집 등 개화파가 정권을 잡아 3차에 이르는 개혁을 통해 재래 문물·제도를 근대식으로 고치는 등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을 단행했다. 예전에는 ‘갑오경장’이라 하던 것이 지금은 ‘갑오개혁’이란 용어로 바뀌었다. ‘혁’이 쓰인 일상용어에는 ‘혁대(革帶)’가 있다. ‘가죽 혁, 띠 대’ 자로 구성된 한자어다. 순우리말로는 ‘허리띠’이고 ‘벨트’는 외래어다. 모두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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