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부추긴 폭력···‘최대 사형’ 우간다 동성애처벌법 발효 후 성소수자 겨냥 테러 급증
아프리카 다른 국가서도 ‘성소수자 탄압’ 가속화
미국 극우 개신교 단체, 자금 지원 등으로 개입 의혹
지난해 최대 사형까지 선고 가능한 동성애 처벌법을 제정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던 우간다에서 성소수자를 겨냥한 테러 행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부추긴 혐오 범죄’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극우성향 복음주의 개신교 단체들이 자금 지원 등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동성애 처벌법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일 우간다의 유명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스티븐 카부예가 신원 미상의 괴한들에게 수차례 칼에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카부예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살해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성소수자들도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웃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2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트랜스젠더 여성 아리아나는 “우리에겐 자유가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살해 위협에 집을 떠나야 했고, 현재 우간다 수도 캄팔라 외곽의 한 은신처에 다른 트랜스젠더 20명과 머물고 있다. 아리아나는 “일을 할 수도, 장을 보러 바깥에 나갈 수도 없다. 밖으로 나가면 곧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트랜스젠더 여성 빈카는 지난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상이 폭로된 후 여러 은신처를 전전하고 있다. 이웃들에게 폭행 당한 뒤 은신처에 몸을 숨겼지만, 이곳마저 발각돼 사람들이 건물에 불을 지르고 빈카를 경찰에 넘겼다. 빈카는 “감옥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다른 수감자들에게 여러 차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감옥에 갇힌 것만 이번이 일곱 번째”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은 지난해 법 제정 이후 이 같은 공격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우간다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반동성애법’이 발효돼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샀다.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우간다에서는 이전에도 동성애가 ‘불법’이었지만, 새 법은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특히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하거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의 동성 간 성행위를 ‘악질적 동성애(aggravated homosexuality)’로 규정,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간다 인권단체인 인권인식증진포럼(HRAPF)은 법 제정 이후 성소수자를 향한 공격이 14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도 심화되고 있다. 지역 내 성소수자를 색출, 처벌하겠다는 ‘자경단’이 활개치기 시작했고, 건물주들이 성소수자 임차인을 쫓아내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병원에선 HIV 감염인에 대한 진료 거부 행위가 잇따랐다. HRAPF 소속 인권 변호사인 사이다 나킬라마는 “우간다에서 성소수자들이 평화롭게 지낸 적은 없었지만, 정부가 이 법을 통해 동성애혐오자들의 공격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법 제정의 여파로 혐오 범죄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는 진작 제기됐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해 5월 “반동성애법은 우간다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에 대한 차별, 증오, 편견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에 대한 비극적인 침해”라며 법의 폐지를 촉구했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법을 폐지하지 않을 경우 우간다에 대한 투자와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우간다에 대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우간다 인권단체들은 반동성애법이 “명백한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고,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그러나 38년째 장기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이라고 규정하며 “동성애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우간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는 등 성소수자 탄압이 심화되고 있다. 가나 의회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에게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잠비아에선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들이 체포됐으며, 에티오피아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행위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케냐에선 성소수자 단체를 합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을 놓고 대통령과 대법원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성소수자 탄압을 강화하는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은 동성애를 전통적 가치에 위배되는 ‘서구의 수입품’으로 낙인 찍고 있지만,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극우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와 단체들이 아프리카의 성소수자 처벌 입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독립 미디어 플랫폼 오픈데모크라시에 따르면 미국의 극우 개신교 조직들이 지난 13년간 아프리카 전역에서 성소수자 권리, 피임약 접근 및 성교육 관련 법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최소 540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간다 인권단체들도 미국의 종교단체들이 성소수자 탄압에 앞장서는 개신교 단체를 우간다에 설립하고 자금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에 본부를 둔 ‘패밀리워치인터내셔널’은 반동성애법 초안 작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를 부인했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샤론 슬레이터는 무세베니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미 개신교 단체인 ‘세계가족회의’ 역시 가나의 반동성애 법안 추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간다 인권단체 ‘챕터4’의 니콜라스 오피요는 “이것은 문화전쟁의 일부”라며 “그들은 미국에선 (성소수자 인권 관련) 논쟁에서 지고 있지만, 이 논쟁을 다시 불붙일 수 있는 비옥한 기반을 찾아 왔고 복음주의 운동이 강력한 우간다가 그 완벽한 장소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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