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총선 불출마하며 한동훈 직격…“고작 이재명 잡겠다고 헌법 우습게 여겨선 안 돼”

韓 주도한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
“국힘, 민주적 정당 아냐”…탈당 계기로 ‘故 채 상병 사건’ 언급
이준석 신당행 질문엔 “정치적 고향 못 버려…응원한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8일 국회에서 2024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웅(서울 송파갑)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를 묻는다면 내 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없다"면서 당의 변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국민의힘 내 불출마 선언은 장제원 의원에 이어 두 번째이며, 비윤(非윤석열) 진영에선 첫 번째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우리 당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보수주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공천권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후보만 공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당내에선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동참하는 행렬을 보였다.

김 의원은 "고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잡겠다고 헌법상의 제도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며 "지금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도 직격했다.

특히 쌍특검(김건희 특검·대장동 50억클럽 의혹 사건 특검)법에 대해 "지금 한동훈 비대위의 운명이 걸려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이 가진 최대 정치적 자산은 공정함이었는데 특검법 때문에 운신의 폭이 많이 좁다. 고생해서 전국을 돌고 있지만 기자간담회를 못 열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 여지를 줘야 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의 결정적인 계기로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꼽기도 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 이후에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가해졌던 행태들을 볼 때부터 과연 제가 생각하는 정치를 할 수 있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적인 질서를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다는 건 우경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며 "잘못에 대해 정당이 시정해야지 오히려 수사단장을 공격하는 모습은 우리 당이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탈당 및 신당 합류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 합류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고향을 함부로 버릴 수 없고,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를 안 하면 안 하지"라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 행보에 대해 "두 거대 정당이 반성을 해야 하는데 국민 선택의 폭을 넓히는 새로운 정당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이 더 우경화되면 남아있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지금보다 우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에서 맡겨준 공약 개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당의 지지율 고전에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을 제시했다. 그는 "당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꽤 많다"면서 "당정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이끌기 매우 어렵다.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검사 출신이자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 의원은 2020년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 총선 1호 인재로 영입됐다. 그해 보수진영 통합신당으로 출범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송파갑에 단수 공천을 받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 정책과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당내 비주류로 꼽혀왔다.

한편 이날 그의 불출마 소식에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이 아프다"며 "이 나라를 위해 이 사람이 소중하게 쓰일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