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못구해 70%가 외국인”…영세 소기업에 중처법 강행만이 능사인가 [매경데스크]
영세기업 83% “준비 안 됐다”
전문인력·조직 갖출 여건 안돼
강력한 법 시행 불구 재해 안줄어
현장과 따로 노는 법안이 문제
2년 유예하고 원론부터 고민해야
안전관리 담당자를 채용하면 되지 않냐는 지적에 A사 사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현장일 할 사람도 못 구해 난리인데 요즘 몸값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안전관리 전문가가 지방 영세기업에 오겠냐”며 “일단 한국말 하는 직원이 몇 명 없고, 한국인 중에서도 복잡한 법 내용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할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국회에는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어느 쪽이 표에 유리할 지 머리만 굴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유예기간 추가 연장을 놓고 찬반이 거세다. 노동계를 비롯한 반대 쪽은 ‘법을 지킬 의지가 있는 기업은 이미 준비할 수 있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정부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무료 컨설팅과 교육, 가이드북 배포 등 지원을 했는데, 또 유예하자는 것은 애초에 법을 지킬 뜻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 유관단체 등 연장을 주장하는 쪽은 현실을 얘기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매일경제가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84%가 ‘아직 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 했다’고 응답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영세 사업장에서는 사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을 경우 폐업에 내몰리고, 임직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재해발생률을 낮추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자는 법인데, 이를 또 유예해 달라고 하는 것부터가 불리한 게임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 당시부터 곳곳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 형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데 ‘사업주 형사처벌’에만 초첨을 맞춘 ‘옥상옥’의 법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 대기업은 문제가 없겠지만, 과연 이 법이 영세기업 사업주가 의지만 갖는다고 지킬 수 있는 수준인지 한번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영세기업이 법을 지킬 능력이 안 되는데 무조건 강행을 외치는 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주를 범죄자로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기업에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또 기업규모별, 산업별, 업종별로 명확한 안전의무 이행 기준을 주고, 미충족 시에만 처벌하는 등 법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해 중소기업에게 준비할 시간을 더 주고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회·노동계·경영계는 강력한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왜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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