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준형 "꽂히면 파고드는 '너드' 기질, 음악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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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심사위원에게 '너드(nerd) 같다'는 평을 들은 적 있는데 저와 잘 맞는 말이라 생각해요. 무언가를 파고드는 성격이 음악에도 도움을 줍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은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한 군데 꽂히면 파고드는 '덕후' 기질을 가진 음악가로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한 아티스트들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를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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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콩쿠르 심사위원에게 '너드(nerd) 같다'는 평을 들은 적 있는데 저와 잘 맞는 말이라 생각해요. 무언가를 파고드는 성격이 음악에도 도움을 줍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은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한 군데 꽂히면 파고드는 '덕후' 기질을 가진 음악가로 소개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란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지만,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이든 집중하는 성격으로 4년 만에 첫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우주를 소재로 한 유튜브 영상에 빠져 지내고 있다. 우주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이 무대에서 '긴장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니 무대에 선다는 긴장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너드'라는 말에 지질하다는 뜻도 있고, 모범생 같다는 뜻도 있어서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 음악가로서는 '어떻게 하면 곡의 서사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그의 목표는 음악을 탐구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김준형은 나뭇잎 위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재기 넘치는 소설을 의미하는 '엽편소설'을 주제로 네 차례 금호아트홀 무대에 선다.
이달 11일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5월에'(5월 9일), '풍경산책'(8월 22일), '종을 향하여'(11월 14일)란 제목으로 무대에 올라 독주부터 피아노 이중주, 플루트와 첼로가 함께하는 삼중주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인다.
김준형은 "짧은 글에 희로애락을 다 녹여낸 엽편소설처럼 60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제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며 "그 과정이 한 편의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들어 엽편소설을 주제로 삼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문화재단이 2013년 시작한 상주 음악가 프로그램은 매년 젊은 연주자 한 명을 선정해 연중 4∼5차례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한 아티스트들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를 거쳐 갔다.
김준형은 "앞으로 계속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에 상주 음악가 활동을 제안받아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저의 부족한 면까지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한 김준형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넘어가 뮌헨 국립음대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쳤다.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피아니스트로서는 독특하게 뮌헨 국립음대 현대음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주회 무대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여러 악기는 물론 작곡가와 지휘자도 만나며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며 "음악적인 시야도 넓어지는 계기가 되어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준형은 음악을 '끝이 없지만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예술에는 끝이 없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나름의 답을 도출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늘 고민이 많지만, 막상 고민을 해봐도 해결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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