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완전 파기…“남북 지·해·공 적대행위 중지 완충구역 사라져”
합참 “해상·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서 사격 등 정상 실시”
2018년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체결된 ‘9·19 군사합의’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이후 군사합의로 파괴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 해상 완충구역(적대행위 중지구역) 내 포병사격 재개 등 합의 위반 행위를 계속해왔다.
우리 군도 8일 9·19 군사합의에 따른 지상 및 해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북한의 위반 행위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군사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9·19 군사합의 무력화가 본격화한 계기는 지난해 11월 21일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였다. 우리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인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 중 우리 군의 감시, 정찰 활동을 제한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일시 효력정지를 11월 22일 결정했다.
이에 북한은 11월 23일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합의를 무력화하는 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군사합의로 파괴된 GP에 감시소를 설치하고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으며, JSA 경계 병력을 무장시켰고, 군사합의로 금지된 적대행위 중지구역 내 해안포 포문 개방 횟수를 크게 늘렸다.
급기야 지난 5∼7일 사흘 연속으로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 우리 측도 북한군의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응해 시범철수 GP 복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JSA 경계 병력을 무장시켰고, 9·19 군사합의로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 내 함포 포구 덮개 개방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지난 5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 사격에 대응해 서북도서에 있는 해병부대도 해상 완충구역으로 포 사격을 실시했다.
군 당국은 9·19 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 해병대의 정례 해상사격을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해상 및 지상 완충구역에서 함정 및 육상 부대 기동, 포병사격 등 훈련도 재개하기로 했다.
합참은 이날 "북한은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최근 사흘 동안 서해 적대행위 중지구역(완충구역)에서 사격을 실시해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이에 따라 우리 군도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국방부 장관이 체결한 군사 분야 합의서다.
합의서에는 ▲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 설정 ▲ 비무장지대(DMZ) 내 GP 철수 ▲ 전방 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 JSA 비무장화 ▲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 발굴 ▲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포 사격 및 기동 훈련이 금지됐다. 아울러 남북은 DMZ 내 GP의 완전 철수를 목표로 각각 10개의 GP를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한 채 장비와 인력을 철수시켰다.
이런 시험철수에 따라 북측 GP는 기존 160여개에서 150여개로, 남측 GP는 78개에서 67개로 줄었다. 그러나 북한은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에도 이듬해인 2019년부터 해상 완충구역 내 포 및 미사일 사격, 우리측 GP에 총격, 소형 무인기 남측 관할지역 침입 등 크고 작은 합의 위반 행위를 해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8일 국방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은 3600여회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 중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 발굴과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 등의 공동 사업은 이미 중단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군사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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