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쫓던 은행권, 새해 벽두부터 겹악재···공정위 제재절차 착수
은행권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이어 대출과 관련해 담합한 혐의가 드러나는 등 겹악재에 휩싸였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보고서에는 이들 은행이 개인·기업 등에 담보 대출을 하면서 거래 조건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등 세부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출 조건이 고객에 지나치게 유리하지 않도록 담합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데 이어 금융권 경쟁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시작됐다. 공정위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사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여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담보 대출의 거래 조건과 관련한 담합 행위가 수년간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사가 시작된 계기였던 대출 금리 담합에 관한 의혹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심의를 거쳐 제재가 확정되면 4대 은행에는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징금은 은행이 담합을 통해 취한 이익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나 수천억원대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홍콩H지수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추후 은행이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연말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서 일부 판매사의 판매 한도 관리가 미흡했던 사실 등 판매 관리체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또 고위험 상품인 ELS 판매 실적 등을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해 영업점에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도 확인됐다.
이날 시작된 금융감독원 현장 조사와 민원 처리 과정을 통해 불완전판매 등 은행 측 잘못이 확정되면 은행은 해당 투자자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배상 규모에 따라 은행 순이익 규모가 많이 축소될 수 있다. 실적을 쫓아 고위험 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하던 영업 관행이 부메랑이 되는 셈이다.
올 상반기 내에 홍콩H지수 ELS 만기가 돌아와 손실이 확정되는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ELS 투자 손실을 물어내라는 취지의 집회를 열었던 ELS 투자자 모임은 2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자 환급 등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태영건설 등 부동산 PF 부실 채권 등도 은행 이익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을 신호탄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확산하면 은행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가 늘어난다. 또 은행별로 현금 2000억~3000억원씩을 상생금융에 투입하면 이 또한 순이익에 마이너스가 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평균 0.04%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여 순이자이익이 추가 개선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며 “희망퇴직 비용,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상생금융 비용 등을 4분기 회계에 인식하면 순이자이익 외에도 전 부문에서 실적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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