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재활용하라고 모아줬더니 보상으로 새 펄프 휴지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우유팩 등 종이팩을 모아 제출하면 재활용 휴지를 주는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들이 새 펄프로 만든 휴지를 보상으로 주면서 종이팩 수거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환경연합이 공개한 ‘서울시 지자체 종이팩 수거 현황’을 보면 종이팩을 모아 전달하면 물품으로 교환해주는 제도인 수거보상제를 운영하는 서울 시내 20개 자치구 가운데 재활용 휴지를 제공하는 자치구는 강북·마포·서초구 등 3곳뿐이다. 나머지 17곳은 새 펄프로 생산한 제품을 제공했다. 5개 자치구는 해당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각 자치구의 종이팩 수거 담당자에게 전화해 추가 확인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자치구들이 재활용 휴지를 포함한 녹색제품 구매 의무가 있음에도 새 펄프 생산 제품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은 재활용 제품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이 녹색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종이팩을 수거하는 자치구 20곳 가운데 일반팩과 멸균팩을 모두 수거하는 곳은 14곳이었다. 일반팩만 수거하는 곳은 6곳이었고, 둘 다 수거하지 않는 자치구는 5곳이었다. 종이팩은 흔히 우유팩으로 쓰이는 일반팩과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이 되어있는 멸균팩으로 나뉜다. 이들 종이팩은 알루미늄 코팅이 돼 있어 다른 종이류와는 별도의 재활용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민들이 집에서 배출할 때 별도로 수거·선별하는 체계가 없다.
서울환경연합은 종이팩 수거 우수 자치구로 마포구와 서초구를 선정했다. 두 자치구는 일반팩과 멸균팩을 모두 수거하고 있으며 수거 보상제 보상으로 재활용 휴지를 지급한다. 강북구는 종이팩 중 일반팩만을 수거하고 있지만 수거 보상제 보상으로 재활용 휴지를 지급하고 있다. 종이팩 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자치구로는 서대문구·양천구·용산구가 꼽혔다.
최근 종이팩 재활용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13년 35%에서 2014년 26%로 급감했고, 2019년에는 19%, 2020년 15.8%, 2021년 13.9%, 2022년 13.7%로 내려갔다. 서울환경연합은 “종이팩 재활용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데다 재활용 제품 공공기관 판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