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공도 경고했다···세종보 수문 닫으면 ‘멸종위기 어류 수장’ 우려

김기범 기자 2024. 1. 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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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개방을 통해 멸종위기 민물고기인 흰수마자가 확인된 금강 세종보 주변 모습. 환경부 제공

환경부 산하기관이 금강 세종보의 수문을 닫으면 수문 개방 후 어렵게 돌아온 멸종위기 어류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세종보 수문을 다시 세워 담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용역을 발주해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2021년 12월 제출한 ‘댐 유역 하천의 멸종위기어류 정밀 모니터링 및 복원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세종보를 포함해 4대강사업으로 금강에 조성된 보들의 수문을 닫아 담수하면 멸종위기 흰수마자와 미호종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9년 4월 금강 세종보 인근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의 모습. 환경부 제공

보고서에는 “금강 본류 구간은 보 개폐에 따른 수위 변화가 흰수마자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수문을 폐쇄해 보 상류의 물이 하류로 흘러내려 가지 않게 되면서 하천 생태계가 달라지면 얕은 모래 여울에 서식하는 어류의 서식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때였던 2018년 1월 환경부는 4대강의 자연성 회복 정책에 따라 세종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했다. 현재 수문은 오랫동안 개방되어 가동을 할 수 없다. 수문 개방 1년 뒤인 2019년 국립생태원이 실시한 하천 생태계 조사에서 세종보 직하류에 멸종 위기 어류인 흰수마자가 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이후 환경단체 등의 조사에서도 흰수마자와 역시 멸종 위기종인 미호종개가 꾸준히 관찰됐다. .

지난 4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금강 천변의 모습. 공주보 담수로 인해 금강 주변이 펄밭으로 변해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산하기관이 발주한 보고서에서 수문 폐쇄의 악영향이 확인됐지만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세종보 수문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라 보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려 담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세종보 담수는 현재의 모래 여울을 펄로 만들면서 서식처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수문이 폐쇄된 공주보 등에서는 수문을 닫은 지 수개월 만에 강가가 펄밭으로 변하기도 했다. 한 어류 전문가는 “세종보에 다시 물을 채운다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서식지가 파괴돼 금강 권역에서 절멸할 수도 있다”며 “수문 개방으로 간신히 돌아온 멸종 위기 어류를 ‘수장(水葬)’시키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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