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수처장의 후임자 인사 관여 문자는 부패행위”

김경필 기자 2024. 1. 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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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조사 불응”
후임자·영장판사 논의한 공수처장과 차장 - 김진욱(왼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해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운국(오른쪽) 공수처 차장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언론에 포착됐다. 후임 공수처장 추천 문제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 영장 전담 판사를 고르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공수처장은 법적으로 후임자 추천에 관여할 수 없고, 영장 전담 판사를 선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지난해 11월 후임 공수처장 인선을 두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8일 “부패 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청탁금지법 등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한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공수처가 조사에 부당하게 불응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후임 공수처장 인사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내용이 권익위에 신고됐고, 이에 권익위가 피신고자들에게 수 차례에 걸쳐 면담 조사 요구를 했지만 이들은 계속 불응하는 데 이어 금일 10시로 예정됐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0일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처장 후임 인사에 관해 판사 출신 법조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 처장이 여 차장에게 후임 처장 후보를 물색해보라고 지시해 그에 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였다. 공수처법상 현직 처장은 후임 처장 추천에 관여할 여지가 없으므로, 부적절한 인사 관여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특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거론하면서 해당 판사를 피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고 상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른바 ‘판사 쇼핑’을 논의한 것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후 해당 문자 메시지와 관련해 권익위에 공수처장과 차장을 피신고자로 하는 부패 신고가 접수됐다”며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공수처장과 차장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공직자의 인사 청탁에 관한 사항으로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부패 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행위였다”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어 “공수처는 지난해 말 언론을 통해 ‘공수처장과 차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사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문자 내용의 구체성과 중요성, 그리고 문자를 주고받은 장소와 시간 등에 비춰 피신고자들의 해명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권익위는 김 처장과 여 차장의 행위에 대해 지난달 조사에 착수했으나, 김 처장과 여 차장을 비롯한 공수처 관계자들은 권익위 조사를 받는 것을 거부해왔다. 지난달 28일 권익위 부패심사과 직원들이 김 처장과 여 차장 대면 조사를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로 찾아갔으나, 공수처 관계자 아무도 권익위 직원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권익위 직원들은 공수처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수처는 이날 권익위의 대면 조사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신고 사건이 접수되면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관계 공직자들의 출석 및 의견 진술,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요구받은 공직자는 성실히 응하고 이에 협조해야 하며, 불응하는 경우 그 이유를 반드시 소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익위의 면담 조사가 법적으로 근거 없다는 식으로 법을 왜곡하는 공수처의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 혹시 공수처는 국민이 부여한 행정조사권이라도 영장과 같은 강제력이 없으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이번 처장과 차장에 대한 조사는 공수처라는 국가기관의 법 집행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개인의 일탈 여부를 조사하는 사안인 만큼 공수처가 이번 조사에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공수처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김 처장의 관용차로 이 전 지검장을 에스코트했던 ‘황제 조사’ 사건도 거론했다. 그는 “공수처는 과거 특정 사건의 피의자를 소환 조사함에 있어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하는 특혜 조사 의혹을 야기했는데, 권익위에 이와 유사한 특혜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공수처장과 차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개인 자격으로 권익위에 출석해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기 바란다”며, “공수처를 이끌면서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를 추구했다면, 자신들도 부패방지권익위법상 공직자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다른 공직자들과 동일하게 권익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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