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적극 만류…승리 어렵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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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초기부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했으나 미국이 강하게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남쪽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전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북쪽에서 헤즈볼라와 전쟁에 돌입하면 전력이 분산돼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확전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쪽에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면,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보다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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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초기부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했으나 미국이 강하게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남쪽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전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북쪽에서 헤즈볼라와 전쟁에 돌입하면 전력이 분산돼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확전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지 며칠 만에 헤즈볼라를 공격하겠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가 공격을 가한 배후에 헤즈볼라가 있으며, 헤즈볼라의 공격도 임박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 안에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의 공격 신호까지 놓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쪽의 이런 움직임에 미국은 즉각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하면, 이란은 물론 다른 무장 세력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자지구 전쟁 초기에 이란 등에게 확전을 획책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이면에서는 이스라엘을 만류한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 정면 충돌을 피하라고 요구한 것은 승산이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정보국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헤즈볼라와도 충돌하면 전력이 분산돼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쪽에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면,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보다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시 34일간의 전쟁으로 양쪽에서 1300~1500명이 사망했다. 헤즈볼라는 당시보다 이스라엘 영토를 더 깊숙이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빌랄 사브는 “레바논 쪽 사상자는 30만~50만명에 이르고, 이스라엘 북부에선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 신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석유화학 공장이나 원자로를 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은 헤즈볼라와 소규모 충돌을 빚어은 이스라엘이 본격 공격할 의도를 계속 접지 않고 있다고 본다.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해 책임론에 시달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강경한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쪽에서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병력 수천명을 철수한다고 발표한 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병력 운용에 여유가 생겨 헤즈볼라를 치기가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5일 헤즈볼라와의 갈등에서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그 방법이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헤즈볼라가 본격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5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공언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지난 2일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등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6일 이스라엘 영토에 로켓 40발을 발사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헤즈볼라 대원 5명이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다시 중동으로 보내고 이스라엘에 레바논과의 국경 문제를 논의할 특사를 파견한 것도 이스라엘-헤즈볼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블링컨 장관은 7일 카타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충돌은 쉽게 전이될 수 있다”며 확전을 재차 경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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