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마무리지!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영화가 끝났지만 혼란함이 남았던 1부는 잊어라. 최동훈 감독과 관객들에게 쓰라림을 남겼던 '외계+인' 1부를 뒤로 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외계+인' 2부가 개봉한다. 한 작품을 동시에 촬영해 1, 2부로 나눈 것이니 '형과 아우'라 표현하긴 애매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앞질러 나간 쌍둥이 형이 부산히 흘린 것들을 쌍둥이 아우가 묵묵히 주워 담으며 길의 포장을 마치고 청소까지 끝낸 형국이다. 그 길에 많은 이들이 만족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새로운 길이 난 건 분명하다.
'외계+인' 2부는 1부의 내용을 이안(김태리)의 내레이션으로 정리해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부의 내용은 이렇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외계인들은 지구에 사는 인간의 몸에 자신들의 죄수를 가둬왔다. 가드(김우빈)와 썬더(김우빈, 목소리 연기 김대명)는 신검을 이용해 시공간을 넘어 죄수들을 관리하는데, 어느 날 고려시대에서 탈옥한 죄수를 처리하다가 인간의 딸을 데리고 미래로 오게 된다. 그가 바로 이안. 시간이 흐르고 2022년, 외계인 죄수의 우두머리인 설계자(소지섭)가 인간의 몸에서 탈옥하여 지구를 외계의 공기인 '하바'를 터뜨려 지구의 대기를 바꾸고 죄수들을 깨워 지구를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가드는 죄수들을 시간 속에 가두고자 썬더, 이안과 함께 고려시대로 향한다. 그 시간 안에서 이안은 '천둥 쏘는 처자'로 불리며 성장한다. 신검을 찾아 미래로 돌아가 하바의 폭발을 막아야 하는 이안, 현상금에 혹해 신검을 쫓다 이안과 얽히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이안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헤아리며 신검을 쫓는 밀본의 수장 자장(김의성)과 신검에 쌓인 비밀을 파헤치려는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등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킨다.
그러므로 2부는 이안이 신검을 되찾고 2022년으로 돌아가 48분 남은 하바의 폭발을 저지하여 세상을 구해야 하는 내용을 담는다. 문제는 고려시대에 설계자와 자장 등 죄수들을 가두기로 한 가드의 결정으로 생긴 수많은 우연들이 어떻게 인연이 되고 결국 운명이 되어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가에 있다. 알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의 몸 안에 있음을 각성하게 된 무륵, 무륵과 가짜 신랑신부로 만났으나 알고 보니 고려시대에 왔던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을 깨닫는 이안, 무륵의 몸 안에 있는 존재를 눈치채고 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심하던 흑설과 청운, 신검으로 어떻게든 설계자를 각성시켜 미래로 돌아가 하바를 터뜨려야 하는 자장 등 모든 인물의 행보와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 연결되고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1부에서 잠깐 등장해 혼란을 낳았던 민개인(이하늬)이 어떻게 활약하는지 제대로 풀어놓고, 자장으로 인해 눈이 먼 밀본의 검객 능파(진선규)가 신검으로 잃어버린 눈을 되찾고자 가세하며 한층 인연과 운명을 더한다. 2부에서 여러 번 되새겨지는 불교의 화두 '뜰 앞의 잣나무'가 어떻게 영화 속에서 작용하는지 곱씹어볼 수 있다.
'외계+인' 2부는 혼란했던 1부의 내용을 되새기면서 그 떡밥들을 온전히 회수하고 정리되면서 얻어지는 쾌감이 크다. 보다 보면 내적으로 "아, 그래서 그랬구나!" 외치며 무릎을 치게 하는 속시원함이 일품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1부를 자세히 기억한다 해도, 2부 관람 전 1부를 복습하는 것은 필수다. 이는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겠으나,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 등에서 정액제를 이용한다면 손쉽게 시청할 수 있으니 필히 복습을 권한다. 1부 때도 OTT 플랫폼에서 공개하고 난 뒤에는 극장 개봉 당시보다 호평이 우세했다.
최동훈 감독이 영화를 150번 이상 다시 보며 편집에 편집을 거듭, 52의 편집본을 만들었다는 절치부심이 느껴지듯 2부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전개와 호쾌한 액션, 인물 군상의 감정을 적절히 녹아내며 관객의 빠른 감정이입을 돕는다. 1부에서 큰 웃음을 책임졌던 삼각산 두 신선의 활약이 확대되며 코미디의 분량도 대폭 늘었다. 관객의 혼을 빼는 염정아와 조우진이 연기하는 흑설과 청운의 티키타카는 고려에서 미래로 옮겨오며 더 커진다. 반전에 반전을 담은 주요 인물들의 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 프레임에 잡히진 않지만 어쩐지 '극한직업'의 커플 케미가 생각나는 진선규와 이하늬의 인연도 2부의 결말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고려시대에서 2022년으로 돌아와 주요 인물들이 하바의 폭발을 막고 세상을 구하려는 장면에서는 서양의 히어로물이 오버랩된다. 언론시사 이후 모두 자연스레 '한국형 어벤져스'라는 수식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 수식어가 호들갑만은 아니다. 다만 순간순간 어린이 관객용 특선영화 같은 면모가 없진 않다. 성인 관객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성인 관객에게는 조금 유치할 수 있고 어린이 관객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 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사용한 음악은 최동훈 감독이 예전부터 너무 쓰고 싶었던 음악이라는데, 호불호가 있지 싶다. 1부에서 지적됐던 단순한 SF 설정과 디자인도 아쉽지만, SF물이 아닌 소년소녀(청춘)들이 힘을 합해 지구를 구한다는 히어로물에 방점을 찍는다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1부의 혼란함을 정리하고 새로운 결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외계+인' 2부는 칭찬할 만하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다루는 최동훈 감독의 장기는 2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흑설과 청운 콤비는 1부에서부터 스핀오프로 따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나 그 외에 조연군에도 많은 궁금증이 담겨 있어 외전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다. 무륵을 보필하는 고양이 콤비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의 활약, 신검의 실마리를 알려주던 개똥이(김기천)와 무륵의 인연, 밀본에서 자장의 수발을 들던 노파(김해숙)의 비밀, 짧은 특별출연이었으나 그 특출한 실력과 신선들과의 관계 등에서 많은 스토리를 짐작케 했던 현감(유재명) 등등. 2부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외계+인'이 6~8부작 정도의 OTT 시리즈물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토록 많기 때문이다.
'외계+인' 2부는 142분이었던 1부와 달리 122분으로 짧다. 화장실 걱정없이 팝콘과 콜라와 함께 즐겨도 좋다. 앞서 말했듯, 1부를 미리 복습하고 가야 한층 재미와 쾌감이 배가된다. 1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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