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예상보다 늦을 것"…미국 석학이 지목한 시기는?
미국 경제 석학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 없이 목표인 물가 상승률 2%를 되찾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다만 시장 기대만큼 금리 인하가 빠르게 시작되진 않으리란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7일(이하 현지시간)까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2023 전미경제학회(AEA)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이 예측과 빗나갔다는 점을 인정했다.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학 교수는 "우리는 애초부터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팬데믹 후 인플레이션이 수십 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고, 날뛰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기 침체가 동반돼야 한다고 오판했다. 팬데믹 후 미국 인플레이션(PCE 기준)은 2022년 6월 7.1%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1월 2.6%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연율 4.9%의 굳건한 성장률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로 공급 증가를 꼽는다. 팬데믹 기간 공급망에 빚어진 차질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는데 팬데믹이 풀린 뒤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빠르게 안정됐다는 설명이다. 재니스 애벌리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경제의 공급 측면이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지 않고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착륙에 있어 가장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제 많은 전문가는 경기 침체 없이도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미 나카무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터닝포인트를 예상하는 게 어렵다. 때문에 예측에 신중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현재로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서 밀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여파에 지지율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진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위험이 크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안정되면서 연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의 기대만큼 완화적이진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엘린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확신했지만 "그들은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지목했다. 이는 3월 첫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예상보다 늦은 것이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3월부터 올해 안에 총 6차례(1.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5.25~5.5%인 미국 기준금리는 연말 3.75~4%를 가리키게 된다.
적정 금리 수준을 도출하는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올해 적정 금리를 지금보다 2회 인하한 5%로 제시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계속 떨어진다면 금리가 더 내릴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3~4% 수준에서 수렴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전문가들은 위험 요소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의 파장이 일 수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선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분쟁이 쉽게 전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진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1970년대 인플레이션 소용돌이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런던정경대학의 리카르도 레이스 교수는 "한 번의 충격이 영구적 문제를 남길 수 있다"면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으며 나는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2%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음주측정 거부한 40대 가수는 UN 김정훈… 과거에도 음주 면허취소 - 머니투데이
- "전혀 모르는 일" 황의조 형수 첫 공판…피해 여성 "엄벌 원해" - 머니투데이
- "이동건, 4~5번 이혼…늦둥이 아들도" 역대급 신년운세에 '깜짝' - 머니투데이
- 헬스장 다니더니…"소심하던 남편, 폭력적으로 변해" - 머니투데이
- '개통령' 강형욱 "이화여대 가고 싶다"…누리꾼 "중성화 결심 응원" - 머니투데이
- "이 커플 찾을 방법 없냐" 무료나눔 옷장 부수고 갔다…무슨 일? - 머니투데이
-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 논란에 "개인 부정행위…대표직 해임" - 머니투데이
- 인증샷 투명곰에 최현욱 나체가…빛삭했지만 사진 확산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
- "분열하면 당원이 뭐라 하겠나"...이재명 1심 선고 'D-1' 똘똘 뭉친 여당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