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덕분에…日 90대 여성, 124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
‘골든타임’ 72시간을 52시간이나 넘겨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124시간 만에 90대 여성이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무너진 주택에 깔린 이 여성은 빗물을 마시면서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8일 전했다.
지진 발생 엿새째인 지난 6일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무너진 2층 건물에서 90대 여성이 구조됐다. 구조대는 수색 작업을 진행하던 중 붕괴된 건물의 1층에서 한 여성의 다리가 대들보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잔해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 나갔다.
이날 파견된 재난의료지원팀(DMAT) 의사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의 왼팔과 상반신이 겨우 보이고 희미하게 신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그는 “손을 잡았더니 반응이 있어서 ‘살아남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구조대는 링거를 투여하면서 여성의 체력 회복을 기다렸고, “힘내라”며 계속 격려했다.
이 여성은 이날 오후 8시20분쯤 지진 발생 후 만 5일을 넘긴 시점에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발 부위에 부상은 있지만 구조 이튿날인 7일 아침에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지난 1일 지진이 발생한 지 만 약 124시간 만에,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을 52시간이나 넘겨 구출된 것이다.
다만 이 여성과 함께 발견된 다른 40대 여성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과 의사는 이 여성이 빗물을 마시면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DMAT 의료진은 “약간의 수분과 일정한 체온이 확보되면 72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경우가 있다”며 “잔해 틈 사이로 흘러나온 빗물 등을 마신 것은 아닐까”라고 추정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이시카와현에서는 8일 오전까지 총 1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 수도 많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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