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미혼' 인구 3배 가까이 증가했다…노동시장 영향은?
"韓 미혼율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노동공급 총량 줄어"
미혼화로 여성 고용률·근로시간 0.2%p·1.0시간↑
반면 남성 고용률·근로시간 0.5%p·1.1시간↓
저출산 고려, 경제활동참가율 감소 속도 빨라져
"혼인율 제고 정책뿐 아니라, 미혼 노동시장 참여 높여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으로 만혼화가 심화되면서 미혼 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미혼화에 따라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의 노동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의 노동참여는 확대됐지만,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미혼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진 것은 초혼연령이 늦어지는 만혼화 영향이 컸다. 초혼연령은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빠르게 늘어났다. 최근엔 만혼의 비혼화가 실현되는 경향까지 관찰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은 2013년 약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졌다.
한은은 이같은 인구의 미혼화 증가세가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0년(2013~2023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핵심연령층의 미혼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 모두에서 총노동공급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노동공급은 늘었지만, 남성의 공급 감소가 더 컸다.
여성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이 늘면서 노동공급 총량이 증가했다. 총고용률과 1인당 근로시간이 각각 0.2%포인트, 1.0시간 늘었다. 이는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미혼 여성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 대비 각각 19%포인트, 16%포인트 낮았다. 또한 기혼 여성이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높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짧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남성은 미혼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노동공급 총량이 감소했다. 총고용률과 평균 근로시간이 각각 0.5%포인트, 1.1시간 줄었다. 이는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미혼 남성 대비 높기 때문이다.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보다 각각 13%포인트, 16%포인트 높았고 실업률 또한 약 4%포인트 낮았다. 아울러 기혼 남성이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낮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길게 나타나는 점도 영향이 있었다.
미혼화에 따른 총노동공급 감소세에 더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경제활동참가율의 장기추세를 분석해 보면, 정점 시점이 당겨지고 정점 이후 감소 속도는 가팔라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산 결과 미혼인구 비중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2035년(80.1)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려갔다. 30년 후 미혼비중이 남성과 여성 각각 60%, 50%로 가정했을 땐 2031년(79.7)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보고서를 쓴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청년층의 장기 취업난, 고용 불안정, 높은 주거비용, 높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청년기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은 결혼 여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고용과 주거 등 출산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일과 출산·육아를 병행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미혼 근로자는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미혼 근로자들은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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