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아닌 임성재 PGA투어 버디 기록 비결은
“새해 첫 대회에서 PGA투어 버디 기록을 세우다니 믿기지 않네요. 기록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한 타라도 줄여서 순위를 끌어올려 보려고 집중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이언 맨’ 임성재(26)가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 마지막 날 11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4라운드(72홀) 합계 34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종전 32개이던 PGA투어 72홀 역대 최다 버디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기록은 1983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더 센트리에서 욘 람(스페인), 2001년 BC 오픈에서 폴 고우(호주), 2001년 WM 피닉스 오픈에서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32개의 버디를 기록한 바 있다.
임성재는 8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3번 홀 3연속 버디, 12~15번 홀 4연속 버디 포함, 11개의 버디를 잡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합계 10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임성재는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새 기록을 세웠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임성재는 첫날 버디 9개(보기 1개), 둘째 날 버디 8개(보기 1개), 셋째 날 버디 6개(보기 4개·더블보기 1개), 최종일 버디 11개(보기 1개)를 잡아냈다. 셋째 날 스코어를 줄였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던 임성재는 “바람이 많이 분 3라운드에서 너무 홀에 가깝게 붙이려고 욕심을 부리다 실수해 보기와 더블보기를 쏟아낸 게 아쉽다”고 했다. 임성재는 4라운드 합계 25언더파 267타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등과 나란히 공동 5위(상금 69만5000달러)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시즌 PGA투어 우승자들과 플레이오프 50위 이내 59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PGA 투어가 올해 도입한 8개 시그니처 대회(특급 대회) 중 하나다. 컷이 없고 총상금 2000만달러(약 259억원)에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7억원)가 걸려 있어 강호들이 대거 출전했다. 크리스 커크(미국)가 4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합계 29언더파 263타를 기록해 2위 사히스 티갈라(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3위는 조던 스피스(미국). 이날 7타를 줄인 안병훈(33)은 4위(26언더파)를 차지해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97만5000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이날 나란히 7타씩 줄인 김시우가 공동 25위(20언더파), 김주형이 공동 45위(17언더파 )로 대회를 마쳤다.
2019년 PGA투어에 데뷔한 임성재는 첫 시즌부터 480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버디 왕에 올랐다. 2위와 무려 83개 차였다. 임성재는 2020~2021시즌 버디 498개로 PGA투어 시즌 최다 버디 수를 기록했다. 2000년 스티브 플레시(미국)가 기록한 493개를 5개 넘어섰다.
PGA투어에는 330야드 이상을 가볍게 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해 장타자가 즐비하다.
그런데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샷 299.3야드(110위), 클럽 헤드 스피드 113. 97마일(119위)로 장타와는 거리가 먼 임성재가 어떻게 버디 왕에 오를 수 있을까?
비결은 다른 선수 미들 아이언보다 더 정확한 롱 아이언 샷에 있다. 임성재는 PGA투어에서 200야드 이내 샷 정확성 1위, 225~250야드 샷 정확성 3위다. 임성재의 4번 아이언샷 정확성이 다른 선수 7번 아이언보다 더 날카롭다. 목표까지 30야드 더 남겨놓아도 더 정확하게 칠 수 있다. 그리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이 좋아 파5홀 평균 스코어 꾸준히 5위 안팎을 기록한다.
평소 퍼팅에 고민이 많던 임성재가 이번 대회 새로 들고 나온 퍼터도 위력을 발휘했다. 예전엔 퍼터 뒷부분이 동그란 모양이었는데 새로운 퍼터는 뒷부분이 날개처럼 양쪽으로 퍼진 말렛 퍼터(스코티 카메론 팬텀 X5 S투어 프로)다. 어드레스 때 퍼터 헤드의 모양이 안정감을 주고 페이스의 터치감이 부드러웠다고 한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2위(1.57개), 퍼팅 이득타수 4위(2.252타) 등 상위권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보다 퍼팅으로 2타 이상 줄였다는 의미다. 임성재는 “올 시즌 목표로 세운 메이저 대회 우승과 파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앞으로 하나씩 더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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