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하듯 리빌딩, 그 후 2년째 경이로운 퍼포먼스 이어가는 '나혼산'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1.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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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은 어떻게 장수할수록 더 강력한 예능이 되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데자뷔 같다. 연예대상 수상 출연자의 후일담을 다룬 <나 혼자 산다>의 2023년 첫 방송과 2022년 첫 방송은 묘한 대구를 이룬다. 실제 지난주 금요일(5일) 방송에서는 대상 받은 해인 지난 2022년 1월 1일 한라산에 등반해 해돋이를 본 전현무와 2023년 새해 일출을 구경한 기안84, 그리고 대상 수상 다음날 해장 순댓국 먹방까지 겹치는 모습을 복기하며 '평행이론'이란 표현을 했다.

이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나혼산>의 리빌딩 성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결과다. 지난 2년간 <나혼산>은 시청률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평판, 한국갤럽의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비롯한 화제성과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방송 런칭 당시 10집 중 3집이던 1인 가구는 현재 10집 중 4집이 됐고, 기성 TV스타들이 유튜브에 각자의 터전을 마련할 정도로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나혼산>은 여전히 한 주를 정리하는 금요일 밤의 친구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냥 늘 그 자리에 있는 정도가 아니다. 지난 한해 가장 기세 좋았던 프로그램 역시나, 여전히 굳건한 <나혼산>이다. 2022년 전현무의 한라산 등반기를 시작으로 초심과 도전을 내세운 <나혼산>은 2023년 가을 기안84의 마라톤 도전기로 다시 한 번 정점을 경신했다. 2017년 4월 전설적인 제주도 여행을 기점으로 리얼버라이어티로 전환한 이 쇼는, 출연자의 남녀 성비 조정 등 이런저런 실험을 거친 후 2022년 지금의 체제로 들어섰다. 사이클이 더욱 빨라진 유행, 산업 측면에서의 변화까지 극심해진 업계에서 2년간 최정상의 폼을 유지하고, 연예대상 수상자를 연이어 배출했다는 점에서 장수 프로그램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나혼산>은 2년 전 내세운 '초심'을 찾는 방법론으로 남성 출연자를 늘리고 플렉스보단 인간적인 면을 집중했다. 싱글라이프의 애환이나 고정관념과도 같은 처량함이 아닌 리얼버라이어티식 이벤트와 캐릭터쇼에 휴먼드라마의 농도를 높였다. 리얼한 일상을 포착하기보단 이벤트성 기획이 주된 볼거리가 됐는데, 인간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에 초점을 맞춘 방향이 주효했다. 만약 초심의 의미에 몰두해 우리 일상을 마주하는 듯한 1인 가구 콘셉트와 리얼리티에 매몰됐다면, 지금처럼 다채로운 출연자들의 매력을 보여주긴 힘들었을 것이다.

도전은 멤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나혼산>의 현재 가장 큰 성과는 화수분 같은 스타들의 탄생이다. 배출한 숫자나 영향력 측면에서 예능선수 공급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예능 원석, 혹은 루키들은 <나혼산>을 청년 보금자리 삼아 날개를 달았다. 덱스, 김대호, 코드쿤스트, 키 등등 지난 2년간 TV예능에서 예능 선수를 발굴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선수로 키운 사례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 정도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2023년과 2022년, 예능 신인상 또한 나란히 배출했다.

2023년 신인상 수상자인 김대호 아나운서는 기안84의 말 그대로 MBC의 보물이다. 1년 만에 가장 인지도 높은 아나운서로 거듭났다. 유튜브부터 예능, 시상식까지 없었으면 도대체 MBC가 어떻게 돌아갔을지 모를 정도로 엄청나게 바쁘게 지내며 인지도 측면에서 인생역전의 한 해를 보냈다. 2022년 같은 상을 수상한 코드쿤스트는 노련한 방송인으로 거듭났다. 소위 예능 블루칩이라는 덱스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비연예인 출신으로 연예대상 시상식 MC를 맡을 정도로 인지도와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구 조화도 매력적인 편이다. 전현무와 기안84의 다이나믹듀오가 이끌고, 박나래와 전현무, 이장우의 팜유즈는 2017년 시절을 잊게 만드는 새로운 캐릭터쇼를 만들어냈다.

같은 시상식에 뼈 있는 수상소감을 던진 김구라의 말처럼 현재 새로운 예능을 찾기 힘들다. 장수 예능 몇몇 편만 살아남고 패러다임에 도전할 만한 새로운 신규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 웹예능의 토크쇼나 추리 예능이나 일반인 출연자 위주의 연애예능 등 예능 선수들이 활약할 자리가 좁은 시즌제 OTT 예능 등을 제외하면 현재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이때 계속해 새로운 스타를 발굴, 배출하고, 새로운 서사와 캐릭터를 이어가고 있는 <나혼산>은 2년째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비록 새로움보단 익숙함이 강점인 프로그램이지만 그 덕분에 쌓아온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 강해졌다. 2022년부터 이어온 <나혼산>의 초심과 도전의 항해는 2024년 더 힘차게 나아갈 채비를 갖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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