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비싸 손님 뚝” … 문닫는 호프집

김호준 기자 2024. 1. 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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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은 계속 오르고 경기까지 안 좋으니 버틸 방법이 없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8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던 공모(42) 씨는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았다.

공 씨는 "지금은 업종을 바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소비침체로 동네 호프집뿐 아니라 번화가 대형 주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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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악화에 ‘먹는것 부터 줄인다’
생맥주 공급가 20% 넘게 올라
코로나 영향 회식 자제도 한몫
호프주점 4년새 1만여개 폐업
“식자재 다 올라 버틸 방법 없어”

“술값은 계속 오르고 경기까지 안 좋으니 버틸 방법이 없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8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던 공모(42) 씨는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기간 영업제한 때도 정부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으며 버텼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소비 한파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 씨는 “지금은 업종을 바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소비침체로 동네 호프집뿐 아니라 번화가 대형 주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로 골목상권에서 퇴근길 직장인들의 방앗간 역할을 하던 호프집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주를 동반한 회식이 줄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호프주점은 2만4960개로 전년 동월 2만6256개 대비 1년 만에 약 1300개가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 호프주점은 3만5435개에 달했으나, 4년 만에 무려 1만 개 이상 가게가 문을 닫은 셈이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오른 주류·식자재 가격과 공과금이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용산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9) 씨는 “지난해 생맥주 공급가격이 20% 이상 오르면서 판매 가격도 어쩔 수 없이 올렸는데 손님들의 불만이 컸다”며 “술값이 비싸다며 갑자기 발길을 끊은 손님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주류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주,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 주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도 급격히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외식)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9%, 소주(외식)는 7.3%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두 배를 웃돌았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의 주류 매출도 줄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맥주 소매 매출은 1조86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565억 원 대비 9.5% 줄었다. 소주 매출도 같은 기간 1조2662억 원에서 1조1758억 원으로 7.1%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불황 속 주류, 외식 물가 급등과 함께 기업들도 신년회 등 단체 모임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주류 소비 둔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로 주류 등 외식업종 전반이 침체에 빠졌지만, 불황형 업종인 편의점과 저가 커피전문점은 빠르게 숫자가 늘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편의점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5만3441개로 1년 만에 약 2000개가 늘었고, 커피전문점도 같은 기간 4000여 개가 늘어난 9만6575개로 집계됐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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