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국회 끝내야 민생도 혁신도 산다[문희수의 시론]

2024. 1. 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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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반도체의 봄’ 경기 회복 기대
바닥 확인했지만 긴축 경영 38%
부동산PF.가계 빚 난제 수두룩
체감 민생 경기 살리는 게 관건
與野 포퓰리즘에 정부 동요 우려
‘말로만 민생’ 국회 물갈이해야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에 마침내 봄이 오고 있다고 한다.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반갑다. 실제 경기 회복 조짐을 알리는 청신호들이 잇따른다. 반도체의 선전을 바탕으로 수출은 3개월 연속 늘어, 7개월 연속 무역흑자다. 치솟던 물가는 진정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회의록에서 확인됐듯이 금리도 올해 세계적으로 최소한 하반기부터는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온기가 실생활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들도 경기가 바닥을 쳤지만,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8%는 올해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고, 44%는 현상 유지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52%로 더 높았다. 기업들이 투자도 고용도 늘리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긍정 전망이 고작 7.5%였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기준치(100)를 여전히 크게 밑돈다. 아직 봄은 멀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특히, ‘민생의 봄’은 더욱 요원하다. 물가가 진정됐다지만 생활물가는 높기만 하고, 고용 절벽은 청년층에서 40대로까지 오히려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고용률 최고, 실업률 최저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통계와 현실의 괴리를 새삼 확인시킨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민생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헛일이다. 최상목 새 경제팀이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활력 있는 민생 경제’를 강조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규제 개혁과 감세를 통한 내수·투자 확대를 실천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난제가 수두룩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새해 출발부터 무려 22조80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의 연착륙이 발등의 불이다. 청년층의 무리한 주택 매수에서 보듯 가계 빚과 소상공인 부채는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올해 경기는 다소 풀리겠지만, 성장률은 잘해야 2% 안팎으로, 기껏 1%대 저성장을 넘어서는 정도일 것이라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은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다. 한국의 이 정도 성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이고 보면, 글로벌 경제성장의 덕을 기대하기도 힘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폭주를 거듭한다. 지난해 정기국회와 1월 임시국회에선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낸 개혁법안 222건 중 절반도 통과하지 못했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의무 거주 완화, 대형마트의 휴일 온라인 배송 허용,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 민생 법안조차 좌절됐다. 인공지능(AI)산업 지원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 등 ‘킬러 규제’ 혁파도 가로막혔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말뿐인 거야(巨野)의 폭주다. 이런 야당에 더해 여당조차 4·10 총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으로 치닫는다. 윤 정부는 건전 재정과 반(反)포퓰리즘을 고수하지만, 최근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1분기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 야당의 공약 같은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다. 야대 국회의 훼방에 지친 나머지 총선을 의식해 현안 선점을 통해 김을 빼려는 측면도 엿보이지만, 아슬아슬해 우려를 사는 지경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새해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다. 위기를 못 넘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를 살릴 수 없으니, 지속 경영을 하려면 다른 대안도 없다. 국회도 당연히 물갈이해야 한다. 제21대 국회는 반민생·반혁신·반시장이었다. 특히, 윤 정권 출범 이후에는 역주행뿐이다. 경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윤 정부의 공(功)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민생 법안조차 외면하고 있다. 독선 야당, 무능 여당이다.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전 세계 정부와 의회, 기업들은 날로 진화하는 AI 시대에 대응해 혁신과 변화에 필사적인데 한국 정치와 국회는 기득권을 수호하고, 선동·왜곡으로 편을 가르며 퇴행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국회가 재연된다면 미래는 없다. 폭주 국회를 끝내는 것이 민생·경제 살리기의 출발이다.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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